필리핀에 나타난 스텔스 드론, 미국 것? 중국 것?…필리핀 공군 비상 출동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14:51

수정 2021.09.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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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국적을 알 수 없는 스텔스 드론으로 보이는 비행체가 나타나 필리핀 공군이 전투기를 긴급히 보냈다. 그런데 최신형 스텔스 드론의 정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필리핀 공군의 FA-50PH이 비행하고 있다. 이 경공격기는 한국이 만들어 필리핀에 수출한 것이다. 필리핀 공군

 
5일 필리핀의 일간지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필리핀 방공 통제센터(PADCC)는 팡가시난주 볼리나오 북서쪽 120노티컬마일(약 223㎞)에서 국적 불명의 비행체를 발견했다. 볼리나오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230㎞ 거리의 도시다.

 
국적 불명의 비행체는 필리핀 영공이 아니지만 필리핀 당국의 승인 없이 필리핀방공식별구역(PADIZ)을  2만 1000피트(약 6401m) 고도에서 북동쪽을 향해 265노트(약 시속 491㎞)로 날아가고 있었다. 방공식별구역은 진입하기에 앞서 관할 국가의 승인을 받는 게 관례다.

 

필리핀의 사진 작가가 우연히 찍은 국적 불명의 스텔스 드론. 가오리 모양이다. Michael Fugnit 페이스북 계정

 
필리핀 공군은 대기 중인 FA-50PH 2대를 긴급히 보냈다. FA-50PH는 한국이 만든 FA-50의 필리핀 수출형 경공격기다.


 
필리핀 공군의 FA-50PH는 4분 정도 추적했지만, 국적 불명의 비행체는 당시 오전 9시 45분쯤 갑자기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400노트(약 시속 741㎞)로 도망갔다. 필리핀 공군의 대변인인 마이나르드 마리아노 중령은 “비행체가 필리핀의 영공에 근접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 비행체는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 기지 근처에서 포착된 스텔스 드론. RQ-180으로 추정된다. 에비에이션위크

 

그런데, 국적 불명의 비행체에 대한 단서가 우연히 드러났다. 같은 날 오전 6시 15분쯤 필리핀 소르소곤주 마그달레나에서 풍경 전문 사진가가 일출을 담으려고 찍은 사진에서다. 소르소곤주는 마닐라가 있는 루손섬의 동남쪽 귀퉁이에 자리 잡았다.
 
이 사진에선 높은 고도에서 긴 비행운을 끌고 있는 가오리 모양의 비행체가 보인다.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꼬리 날개를 없앤 스텔스기일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에서 발견된 국적 불명의 스텔스 드론과 RQ-180의 사진을 비교하면 모양과 비율이 아주 비슷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스텔스 드론 비행체의 정체는 뭘까. 류성엽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사진을 분석해보면 미국의 스텔스 드론인 RQ-180과 아주 비슷하다“고 말했다.

 
RQ-180은 미국이 비밀리에 정찰하기 위해 만든 스텔스 드론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적은 없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 기지 근처에서 RQ-180으로 보이는 드론이 포착된 게 전부다.

 

중국이 2018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공개한 CH-7 차이홍의 모형. 중국 인터넷

 
류성엽 전문위원은  “스텔스 드론의 비행 방향으로 출발지를 추정한다면 호주의 다윈일 수 있다”며 “영공을 침범하지 않고 필리핀방공식별구역을 따라 비행한 사실도 미국의 특성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인 워존은 중국의 스텔스 드론의 가능성을 크게 봤다. 중국은 2018년 주하이(珠海) 에어쇼에서 RQ-180과 많이 닮은 CH-7 차이홍(彩虹)의 모형과 같은 해 싱가포르 에어쇼에선 스타 섀도의 모형을 각각 선보였다.

 

2018년 중국이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공개한 스타 섀도의 모형. 중국 인터넷

 
워존은 미국ㆍ인도ㆍ영국ㆍ일본이 참가한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이 지난달 말 필리핀해에서 끝났고, 참가 전력 중 상당수가 필리핀해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신과 겨룰 수 있는 4개국의 훈련과 전력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