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g 은화 때문에 5만명 몰렸다…'영남 알프스'서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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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중 가지산에 오른 등산객 최미미씨가 인증샷을 찍어 울주군에 보냈다. [사진 울주군청]

‘영남 알프스 9봉우리를 1박 2일 만에 완등했습니다. 최단 코스 공유합니다.’

 

‘영남 알프스를 모두 오르고 은화 받았어요. 가지산이 그려진 은화가 너무 예뻐요.’

 
최근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영남 알프스’를 검색하면 쏟아지는 글들이다. 영남 알프스는 울산의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등 7개 봉과 인근 경북 경주의 문복산(1051m), 경남 밀양의 재약산(1108m)까지 9개 봉우리를 의미한다. 유럽 알프스의 경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해서 ‘영남 알프스’라고 불린다. 
 
산악인들은 온라인에 영남 알프스의 9봉 완등 소식과 함께 울산 울주군으로부터 받은 기념 은화 인증샷을 올리기도 한다. 울주군은 올해부터 영남 알프스의 9개 봉우리를 완등할 경우 기념 은화를 주고 있다. 가격은 한 개에 6만5000상당이다.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은 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영남알프스완등’에 보내면 된다. 
 

울주군이 제공하는 영남 알프스 완등 기념 은화. [사진 울주군]

은화는 순은(Ag99.9%) 소재로 무게 31.1g, 지름 38㎜의 원형 형태다. 은화의 앞면에는 영남 알스프의 봉우리 중 하나인 가지산이 그려져 있다. 하단에는 ‘2021 영남알프스 9봉 완등’ 문구가 새겨졌다. 
 
기념 은화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등산객들이 전국에서 몰리고 있다. 등산객 입장에서는 등산도 즐기고 은화도 받아 일석이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억새 군락지가 유명해 가을철에 유독 등산객들이 몰렸던 간월재 일대를 두고는 “줄 서서 등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등산객들로부터 “정상에 발 디딜 틈이 없다”는 후기도 들린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울주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울주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역 상권이 침체됐으나,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남알프스 간월재 억새. [사진 울주군청]

 
하지만 울주군의 예상보다 많은 등산객이 몰려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올해 예정됐던 은화 제작 예산 7억원이 모두 소진돼서다. 

 
울주군은 당초 올해 9봉우리의 완등 인증자를 1만명으로 예측하고 은화 제작 등에 7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도전자는 5만명이 넘었고, 인증자는 1만6576명에 달한다. 지난 한 해 기념 은화를 주지 않았을 때 도전자(2만1867명)와 인증자(1만653명)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울주군은 올해 3만명의 완등을 예상하고 있다. 추가 2만명분의 은화 제작을 하는 데는 13억원 가량이 더 투입된다. 
 

영남알프스 간월재 억새. [사진 울주군]

따라서 울주군은 최근 2회 추경안에 은화 제작을 위한 13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하지만 울주군의회 회의에서 증액 적절성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 1일 군의회 행정복지위원회 회의에서 김시욱 의원은 “농로 설치 등 예산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앞으로 매년 20억원을 기념 은화 제작에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우식 의원도 “은화를 5년에 1번 또는 10년에 1번 정도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울주군은 현재 은화 제작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마련 등 대책을 고심 중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영남 알프스 기념 은화 사업은 울주군을 홍보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순은 대신 백동화에 은을 도금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줄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울주군은 현재 영남 알프스 완봉 인증을 위해 제작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지역 숙박업소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등을 더해 관광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