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선 무슨 '빽'이기에···투자 몰라도 투자본부장 된 靑낙하산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9:26

수정 2021.09.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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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책 자금 출자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신임 투자운용 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자리를 꿰찬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조국(왼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황현선 전 행정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지난 1일 주주 서한을 발송해 오는 1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황 전 행정관을 신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투자운용2본부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의 운용ㆍ관리를 총괄한다. 수조원대의 재정자금을 굴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 관련 산업에 투자하고, 유망 벤처ㆍ중소기업을 발굴하며, 기업 사업재편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로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해 주요 투자사에 운용을 맡기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황 전 행정관이 자산운용과는 거리가 먼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겨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보좌했다. 전형적인 정치권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황 전 행정관은 지난 2019년에도 관련 경력이 전무한데,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청와대 출신이란 배경이 유암코 취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 그가 받은 연봉은 2억원이 넘었다.
 
황 전 행정관을 위해 그전에는 없던 새로운 자리를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투자운용본부를 1본부와 2본부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는 점에서다. 한국성장금융 내부에서도 관련 경력은커녕 펀드매니저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조차 없는 인사를 요직에 앉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성장금융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ㆍ한국거래소ㆍ금융투자협회 등 자본시장 관계기관이 출자해 만든 곳으로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사실상 준공공기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운용본부장은 자산운용이라는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투자 경험을 요구하는 자리”라며 “다른 자리라면 모를까, 투자운용본부장에는 설사 낙하산이라도 관련 전문가를 뽑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성장금융의 투자운용 1본부장을 맡고 있는 서종군 전무만 해도 한국정책금융공사ㆍ성장사다리펀드ㆍ대한투자신탁 등을 거친 전문가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 황 전 행정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