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주요 인사들이 고비마다 예언자처럼 읊었던 "음모의 냄새", 그보다 더 독한 "독재의 냄새"가 솔솔 난다. 만약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쥴리'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처럼 자기 진영에 있었다면 '쥴리 비방 금지 특별법'이라도 밀어붙였을 기세다. 경쟁자를 무시하는 독주는 위험하다.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이라는 고통의 늪으로 독일 국민들을 끌고 갈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도 민주적 선거에서 확보한 압도적 지지가 독약이 됐기 때문 아닌가.
민주화 이후 개인의 인권 보호가 중시되면서 언론의 취재 환경은 열악해지고 자기 검열이 강화돼 왔다.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이 신설되고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이 통과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법안의 독소 조항 못지않게 언론기관만 특정해서 징벌제도를 만든다는 태생적 한계도 심각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싶으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이 있는 민법을 개정하면 된다. 법률은 일반성이 있어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건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언론자유를 보장해 주지는 못할망정 언론기관만 지목해 징벌하는 입법이 공정한가. 이런 처분적 법률은 지양해야 한다."
한 전직 대법관의 분석이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 집행이나 사법을 매개로 하지 않고 일정한 범위의 국민에게 직접 권리나 의무를 발생케 함으로써 자동적 집행력을 갖는 법률을 말한다.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생겨났다. 권력 분립 위배 등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예컨대 소득 상위 1%의 국민만 지목해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
언론재갈법 강행은 예견됐었다. 조국·김경수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 탓, 언론 탓을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할 때부터다. 정부와 여당은 윤석열 검찰에 적폐 수사를 맡겨놓고 검찰 개혁도 밀어붙였다. 대통령이 "내 편도 수사하라"고 했는데 정작 조국씨가 수사받자 검찰을 개혁 저항 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주장까지 나갔다. 이들은 피의자가 돼도 자백이나 사과는 절대 하지 않는다. 거꾸로 "양심의 법정에서 나는 무죄"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그에 동조하는 군중이 결집해 '아무개 수호'를 떼창하면 기적이 일어난다. 죄의식은 희미해지고 급기야 사함을 받았다는 느낌에 빠져드는 것 말이다. 그럼 잘못은 누구 몫이지? 내 잘못은 티끌만 한 데 검찰과 언론이 칼과 펜을 쑥 들이밀어 뼈를 추리고 살까지 바르는 데는 필시 음험한 의도가 있다고 역공세를 편다.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에 앙심을 품고 '산 권력' 수사를 대대적으로 지시했고 언론은 부화뇌동해 너무 구체적으로 보도하며 대통령과 청와대를 폄훼했다"고 싸잡아 비난한다. 검찰 개혁 다음에 언론 개혁인 건 그래서다. 명분은 '가짜 뉴스 척결'이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권력형 비리 사건(일명 게이트) 보도는 어려워지고 진실은 묻히게 된다. 현직 공직자와 국회의원 등에겐 손해배상 청구권을 주지 않는다고 하나 퇴직하고 내면 그만이다. 이들이 가족이나 측근을 동원해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입막음용 소송)에 나서면 보도는 위축된다. 수사·기소 대상과 범위를 주먹구구식으로 갈라놓은 검찰 개혁과 대동소이한 구조다.
지금 우리는 입법 독주의 설국열차를 타고 차가운 겨울나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눈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 자각의 결과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드는 민주독재라면 '항거'해야 한다. 민주당 대표가 언론중재법 통과를 저지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평생 야당만 할 건가"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그에게 되묻고 싶은 질문. "그럼 당신은 평생 여당만 할 거요?"
입법 폭주 민주당서 '독재 냄새'
언론에 징벌제 도입은 위헌 소지
"언론 등이 역할 다하면 희망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