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이재명, 답변 피하는 나쁜 버릇 있다”…‘명낙 대전’ 빠진 1대1 토론

중앙일보

입력 2021.09.01 21:17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9일 오후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6차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이 풀어졌다.

전면 1대1 토론 방식을 도입한 첫 토론회로 주목 받았지만 대진표에 1,2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맞대결이 없었다. 오마이뉴스TV 측은 “6명의 후보를 모두 1대1로 묶으면 총 15개 조가 생기는데 시간 관계상 추첨을 통해 9개 조만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 지사와 맞붙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모두 이 지사의 토론 태도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정세균(왼쪽 화면)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관 6차 토론회에서 1대1 토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인해 자가격리 중인 정세균 후보는 이날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을 질문하면서 “조세감면 축소 25조원, 예산절감 25조원으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하겠다던 계획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고 말했다. 이 지사가 “조세감면을 축소할 부분도 있고, 예산절감을 통해 마련할 수도 있고, 새로운 재원을 만들기 위해 증세를 할 수도 있다”고 답하자, 정 전 총리는 “내가 묻는 건 앞에 말한 재원 마련 계획을 유지할 건지, 철회할 것인지 분명히 답해 달란 것”이라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이 지사는 “재원 마련 방안은 다양하니까 그 말씀은 아까 드린 걸로 하겠다”며 공세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자 정 전 총리는 언성을 높이며 “아니, 내 질문부터 답변을 해야 한다. 오늘뿐만 아니고 이재명 후보는 누가 질문하면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며 “지난 대전MBC 주관 토론회 때도 이낙연 후보가 변호사 수임료 문제를 질문하자 답변을 안 했는데 여론조사 1위 후보가 검증을 회피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지켜보는 국민들께서 다 판단해줄 것이다”라며 웃어 넘겼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박용진 의원이 1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스튜디오에서 오마이뉴스 주관으로 열린 6차 토론회에서 1대1 토론을 하고 있다.

 
이 지사와 두 번째로 토론한 박용진 의원도 이 지사와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아까 정 전 총리가 질문했는데 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종합부동산세로 몇 조원 걷는 걸로도 이렇게 난리이고 후퇴하고 있는데 기본소득 재원 마련 계획은 어떻게 설계가 돼 있냐”고 물었다. 이 지사는 “아까도 말 했지만 국가 재정 규모 중 3% 정도 마련하는 건 의지의 문제”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지난 추경 때 겨우 16조원 마련하려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그러면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무능한 거냐”고 묻자 이 지사는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박 의원의 발언 시간이 모두 끝나자 이 지사는 남은 발언 시간에 “안 되는 쪽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수만 가지이고 되는 쪽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1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스튜디오에서 오마이뉴스 주관으로 열린 6차 토론회에서 1대1 토론을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이 지사와 맞붙은 추 전 장관은 첫 발언부터 “이 지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이 지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양에 대한 부산대의 입학취소 처분과 언론중재법에 대해서 제대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경우에 행정부를 상대로 집요하게 따지던 태도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언론개혁법에 대해선 악의적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에 대한 강력한 징벌과 배상이 필요하다. 조민 양의 경우는 참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지금 절차가 진행 중이라 결과를 보고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답변 태도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이 지사에게 “지금 당장 캠프 내 의원들을 통해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말하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노력하겠다”고 하자 추 전 장관은 “또 노력만 할 거냐”고 되물었다. 이 지사가 “저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속도를 내고 힘을 쏟아달라”고 말하자 추 전 장관은 “끝까지 애매한 태도만 보인다”며 비판했다.

 
충청권 권리당원의 온라인 경선 투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였지만 실시간 시청자가 3000여명에 그치면서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7월 3일 진행됐던 예비후보 첫 TV토론회에선 유튜브 시청자만 2만7000여명이었고 방송 시청률도 4.4%(시청자 수 약 98만명)였다. 호남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토론회가 반복될수록 내용이 반복되면서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1일 토론회에서도 이 지사 대 여러 후보의 기본소득 다툼이 이어지고, 추 전 장관은 이낙연 전 대표의 검찰개혁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는 등 기시감(旣視感) 넘치는 장면이 이어졌다.
 
자가격리 때문에 비대면 화상 토론으로 참여한 후보에게 주최 측이 남은 발언 시간을 보여줄 방법을 준비하지 않아 정 전 총리가 불이익을 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토론 규칙 상 한 번에 50초씩 밖에 말하지 못하는데 정 전 총리는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매번 질문이나 답변 중에 마이크가 꺼지는 모습이 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