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이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사례가 발생하면서 접종을 앞둔 18~49세 접종 대상자 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이 백혈병을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으며, 현재로써는 접종과 백혈병 발병 간의 선·후 관계만 확인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백신 접종 이후 백혈병 유병률이 상승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잇따른 '접종 후 백혈병 진단' 국민청원
청원 속 환자의 상당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이 질환은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이다. 백혈구가 악성 세포로 변한 뒤 골수에서 증식, 말초 혈액으로 퍼져 나간다. 전신으로 번져 간과 비장, 림프선 등을 망가뜨린다. 지난해 기준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4.7명이었다. 급성 백혈병은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올라간다. 70대가 20.4%로 가장 많고, 50대 19.1%, 60대 18.4% 순이었다.
원인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백신과의 인과성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이 원인이라면 평상시 발생하는 것보다 유병률이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더욱이 백신 접종 후 단기간 안에 급성 백혈병이 발병하는 것 자체가 기전(機轉·병의 변화과정) 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한해 대략 2000명 정도가 급성 혈액암 진단을 받는다. 백신이 원인이라면 현 접종 완료율을 볼 때 (접종자에게서) 600명 이상 발생해야 한다”며 “백신과 급성 혈액암 발병 간 과학적 인과관계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해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백신을 맞았고, 그 이후에 백혈병을 진단 받았다’는 시간적 선·후 관계만 확인된 상황이다”라며 “해외 사례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백신 이상반응으로 백혈병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전무하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국민들에게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질병청은 백신 접종 이후 백혈병을 호소한 환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않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적인 백신 정책에 의해 맞았는데 부작용이 발생하면 억울할 수 있다”며 “(부작용이 의심되는 질환의) 자연 발생률과 접종 후 발생률을 통계적으로 비교해 설명하면 부정적 인식을 줄여주는데 도움 될 것이다. 국민청원 게시판도 20만명 채워지기 전에 먼저 해명하고 역학조사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