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관왕 “쫄지 마” 떠올리며 메이저 우승한 이다연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17:22

수정 2021.08.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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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클래식 우승 트로피와 함께 한 이다연. [사진 KLPGA]

 
 이다연(24)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올해 첫 우승했다. 지난 2019년 한국여자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다연은 29일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화 클래식(파72)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로 6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로 최혜진(23·12언더파)을 7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2019년 12월 효성 챔피언십 이후 1년 8개월 만의 개인 통산 6승이었다. 메이저 대회에선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오른 그는 우승 상금 2억5200만원을 받았다. 전날 3라운드에서 7타를 줄여 18홀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을 작성했던 이다연은 최종 라운드에서도 타수를 더 줄여 2017년 오지현이 갖고 있던 이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13언더파)을 갈아치웠다.

KLPGA 한화 클래식 정상...통산 6승
20개월 만의 우승에 마음 고생 덜어

작은 체격(1m57cm)에도 250야드 안팎의 장타를 펑펑 날리는 이다연은 오랜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다연은 견고하게 최종 라운드를 풀어갔다. 5번 홀(파3)에서 약 2m 거리 버디 퍼트를 넣고 이날 처음 타수를 줄인 이다연은 8번 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또다시 성공해 최혜진, 김지현(3위·10언더파) 등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10번 홀(파4)에서 나왔다. 티샷한 공을 그린 바깥 프린지 지역에 떨어트린 이다연은 홀과 약 14m 거리에서 어프로치 칩 샷을 시도했다. 이 칩 샷은 홀을 향해 굴러가더니 홀컵을 돌고서 그대로 들어가 이글을 기록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하게 웃을 만큼 이다연에겐 가장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다연. 대회 최종 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 KLPGA]

 
10번 홀 이글로 이다연은 최혜진, 김지현과 타수 차를 6타까지 벌렸다. 이후 12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고서 더이상 타수를 잃지 않은 이다연은 여유있게 우승을 확정지었다. 18번 홀(파5)에서 챔피언을 확정짓는 버디 퍼트를 넣은 이다연은 자신의 통산 우승 숫자인 6을 손가락으로 만들어내면서 기뻐했다. 지난 주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에서 2라운드를 마치고서 왼 손목 통증으로 기권했던 그는 직후 대회였던 한화 클래식에서 반등했다. 올 시즌 3차례 3위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이었던 이다연은 오랜만에 거둔 우승에 방송 인터뷰에선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동안 잘 하고 싶은 부담이 컸다. 가족들이 함께 마음 고생을 많이 나눴다. 그게 순간 떠올려졌다”고 말했다.
 
단독 선두에 오른 3라운드를 마치고서 이다연은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을 달성했던 안산(20)이 “쫄지 말고 대충 쏘자”고 했던 말이 자극을 줬다고 밝혔다. 이다연은 “나도 쫄지 말고 내 것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최종 라운드엔 마음의 부담을 떨쳐내고 그 말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가졌던 마음대로 그대로 했다. 


지난해까지 KLPGA 대상 3연패를 이어왔다 올 시즌 우승이 없던 최혜진은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준우승을 거둬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을 내는데 만족했다. 올 시즌 6승, 시즌 상금 12억4710만원을 거둬 국내 투어 한 시즌 통산 최다 상금 기록(박성현·13억3309만원)을 노렸던 박민지는 이번 대회에선 공동 39위(1오버파)에 그쳐 새 기록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