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피팡’이란 건물은 완공됐으나 타일, 벽지 등 내부 인테리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주택을 뜻한다. 기본적인 인테리어가 갖춰진 ‘징좡팡(精裝房)’과 대조되는 형태의 신축 집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대도시에 거주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대도시로 상경한 소도시 출신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샤오리는 모두가 놀랄 정도로 대담한 선택을 했다.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마오피팡’을 구매하는 데 쏟아부었다. 부족한 금액은 대출을 통해 해결했다. 그의 가족조차 반대했던 선택이었다. 인테리어 시공 업체를 부를 정도의 돈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그대로 텅 빈 집으로 이사했다.
모두가 그의 선택에 부정적인 시선을 던질 때 그는 “집 안의 흙 한 더미, 먼지 한 톨 모두 내가 땀 흘려 번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집을 구매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도시에서는 샤오리와 같이 모든 게 갖춰진 집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마오피팡’을 구매한 후 직접 인테리어를 해나가며 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2030세대 울리는 집값, ‘마오피팡’ 구매로 이어져
전 재산 털어 ‘마오피팡’ 구매 후, 다시 돈 모아서 ‘직접’ 인테리어 손 봐…
중국 당국이 대출 규제 등 정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도 베이징·상하이·선전(深圳)·광저우(廣州) 등 1선 도시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중국신문은 지난 4월 국가통계국의 조사 결과를 인용,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등 4곳의 신규 분양주택 가격이 올해 2월보다 0.4% 올랐다고 보도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4곳의 1선 도시 신규 분양주택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5.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들은 당장 인테리어를 준비할 돈도, 거주할 곳도 없으므로 바로 입주한 후 다시 돈을 모은다. 직접 인테리어 비용을 벌기 위해서다.
90년대생인 잔(詹)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직장 변동으로 지난 2016년 하얼빈(哈爾濱)에서 광저우로 왔다. 그는 인프라 환경이 하얼빈보다 훨씬 좋은 광저우에 매료됐다. 당시만 해도 광저우로 상경한 대부분의 다른 도시 출신 직장인처럼 임대주택에 살았다. 약 40㎡ 규모에 주방과 작은 발코니가 딸린 집이었다. 월세는 약 2000위안(36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다만 그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마음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며 2017년부터 ‘내 집 마련’ 꿈을 꾸게 됐다. 2018년 호구 정리가 완벽하게 되자 주택 구매를 위해 본격적으로 돈을 모았다.
항공업계 종사자인 잔씨는 새벽 4, 5시에 출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회사에서 가까운 곳의 집을 찾다 보니 1년 만에 집값이 거의 2배로 뛰는 것을 보자 마음이 더 급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러 집을 둘러보다 관심이 생긴 곳이 바로 ‘마오피팡’. 그는 “당시 ‘마오피팡’ 집값이 주변 집들보다 훨씬 싸고, 면적도 생각보다 넓었다”며 “170㎡ 면적에 방이 4개로, 훗날 고향에 있는 가족이 방문했을 때 몸을 뉠 곳도 충분했다”고 당시 기분을 회상했다.
실제 집을 구매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잔씨는 일하다 하늘에서 광저우를 내려다보며 저곳에 ‘내 소유의 집’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소속감이 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마오피팡’의 가격은 어떨까.
잔씨의 사례를 보면 그의 집값은 340만 위안(6억 1394만 원)이다. 물론 당시에 그 정도의 저축이 없었던 그는 주변에서 빌리는 등 이곳저곳에서 170만 위안(3억 690만 원)을 끌어모았다. 나머지 반은 대출을 통해 메울 수 있었다. 매달 9500위안(171만 5035원)이 대출금으로 나간다.
그는 집을 살 때 인테리어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돈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매달 대출금 갚기에도 힘든 생활에 결국 직접 인테리어를 하기로 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 결과, 본인과 비슷한 상황에서 ‘마오피팡’을 구매해 손수 인테리어를 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아냈다.
다만 부엌에 싱크대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물이 필요할 때는 생수를 꺼내쓰거나 화장실로 달려간다. 불편함이 크지만 잔씨는 오히려 온전한 ‘내 집’을 마련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보인다.
현재 여자친구와 사는 잔씨는 SNS에 본인의 ‘마오피팡’을 꾸미는 모습 등을 공유했다. 그가 인테리어를 하는 모습이 담긴 한 영상은 1000만 뷰를 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웨이보 검색 순위에 〈광저우 ‘마오피팡’ 구매 후 3년만에 왕훙된 남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많은 사람이 ‘마오피팡’에 관심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사회초년생에겐 대도시 주변 지역 ‘마오피팡’ 인기
H는 광저우에서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는 포산에 ‘마오피팡’을 구매했다. 향후 지하철 2개 노선이 들어설 예정인 이곳은 한창 개발 중인 지역이다. 대형 쇼핑몰과 공원도 조성될 계획이다.
그는 두 달 넘게 고민하다 70㎡ 면적의 ‘마오피팡’을 150만 위안(2억 7092만 원)에 구매했다. 수중에 있던 25만 위안(4515만 원)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빌린 25만 위안을 더 해 돈을 마련했다. 나머지 100만 위안(1억 8061만 원)은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H는 2만 6000위안(469만 원)을 들여 급한 인테리어만 시공한 후 바로 입주했다. 이후 머물면서 세간살이를 하나씩 장만하고 있다.
중국 2030세대가 돈을 흥청망청 쓰며 저축은 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이들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알뜰하게 모아 ‘집’에 투자하고 있다. 잔씨가 SNS계정을 통해 ‘마오피팡’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2030세대에게 꾸준히 조언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이들이 ‘내 집 마련’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