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외따로 행보는 이달 초부터 뚜렷했다. 25일 기준 코스피는 지난달 말보다 1.7% 하락했다. 지난달 6일 사상 최고치(3305.21)를 경신하던 흐름과는 딴판이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2.4%)·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2.1%)나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2.2%) 상승세와 대비된다. 나스닥과 S&P 500지수는 연일 최고치 행진 중이다. 24일(현지시간) 나스닥은 1만5000을 돌파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따로 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국 이슈를 꼽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불안의 원인은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보다 중국 리스크(위험) 탓”이라며 “빅테크 규제에다 중국 경기 경착륙 위험까지 부각되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고 말했다.
테이퍼링 가시화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표시 투자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며 “그 결과 주가가 쉽게 하락했고, 원화가치 하락 압력도 유독 높았다”고 말했다. 25일 원화가치는 달러당 1168.1원으로, 지난해 말(1086.3원)보다 7.5% 떨어졌다.
시장의 관심은 디커플링 완화 정도다. 이를 위해선 테이퍼링 신호와 중국 리스크를 주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당장 오는 27~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이 예정돼 있다. 파월 의장이 ‘돈줄 조이기’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 위험 선호 심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도도 주춤해지는 분위기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일단 중국 증시가 더 빠질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경기 부양 등으로 중국 증시가 급반등하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도 따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가파르게 오르던 미국 증시가 조정받으면 한국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