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직계가족 391명(76가구)을 태운 비행기는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작전명은 ‘미라클(miracle·기적)’. 국방부 당국자는 “목숨이 담보되지 않은 가운데 사선을 넘어 새로운 선택을 한 분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의미와 아프간까지 약 2만㎞를 왕복해 적진에 들어가는 작전은 우리 군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성공적 수행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카불 민간공항 폐쇄되자, 군 수송기 투입
정부 차원에서 한국행을 원하는 현지인 조력자들과 계속 소통이 이뤄졌지만 이들은 카불 공항까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자력으로 와야 했고, 도착한 뒤엔 공항 출입구 근처에 2만여 명이 운집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이 난제였다. 그러다 지난 22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주재한 20개국 차관회의에서 미국이 거래하는 아프간 버스 회사들과 계약해 버스로 공항 출입구를 통과시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정부는 버스 회사와 접촉해 23일 버스 6대를 확보했다. 동시에 현지의 미군은 접선 장소 두 곳을 정해 현지인 조력자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24일 정해진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가 약속한 시간에 모인 이들을 태워 공항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정부가 투입한 수송기는 모두 3대.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한 대, 군용 수송기 C-130J가 두 대였다. KC-330은 공중 급유를 하는 ‘하늘의 주유소’ 역할과 병력 수송 및 재외국민 긴급 소개 임무 등을 위해 도입된 기종이다. 300여 명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KC-330은 무력 공격 등 상황에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C-130J도 함께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자격
당초 정부가 파악한 수송 인원은 427명인데, 실제 대피가 이뤄진 건 391명이다. 나머지 36명은 현지 잔류를 선택했거나 제3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한국행을 택한 아프간인 중엔 신생아 3명 등 5세 미만의 영유아가 100여 명이나 됐다. 이들은 KC-330과 C-130J에 나눠 타고 한국으로 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들을 치밀한 준비 끝에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24일 1진으로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한 아프간 조력자들은 한국에 고마움을 표했다. 카불의 한국대사관에서 2년4개월간 일한 여성 A씨는 두 아들, 남편과 함께 한국행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국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내 가족과 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프간을 떠나야만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카불 대사관에 근무했던 B씨는 “외국을 위해 일한 나와 내 가족들이 탈레반에 붙잡히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아프간인 434명도 특별체류 허용
이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 공로자’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하게 된다. 수년간 주아프간 한국대사관과 코이카(KOICA) 등에서 근무한 공로가 인정돼서다. 이들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2주간 자가격리한다. 이후 1~2개월간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교육과 안내 등이 진행된다.
한편 법무부는 국내에 체류하는 아프간인 434명에 대해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