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가계 빚의 기세는 거침없다.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1년 전과 비교한 가계신용 증감률은 10.3%로 2017년 2분기(1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증가율뿐만 아니라 늘어낸 액수도 가장 컸다. 가계 빚은 1년 전보다 168조6000억원 늘어났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전분기와 비교한 증감액(41조2000억원)도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대부업체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 구매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전반적인 가계 빚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계대출을 증가를 이끈 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었다. 2분기 기타대출(757조원)은 전분기보다 21조3000억원(2.9%)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1분기 증가 폭(14조3000억원)은 지난해 4분기(26조1000억원)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이어지며 다시 증가 규모가 커진 것이다.
기타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는 1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2분기 기타대출은 1년 전보다 84조원(12.5%) 늘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증감액과 증감률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한은 송재창 금융통계팀장은 “4월 말 공모주 청약으로 인해 기타 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코로나19가 지속하며 생활자금 수요가 지속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증가 폭이 커진 기타대출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는 소폭 둔화했다. 2분기 주담대 잔액(948조3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17조3000억(1.9%) 늘어나며, 1분기(20조4000억, 2.2%)보다 증가 속도가 감소했다. 전국의 주택 전세거래량이 소폭 감소(1분기 34만7000호→2분기 32만6000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2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12조4000억원(1.4%) 늘면서 1분기 증감액(18조7000억)보다 줄어들었다.
반면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9조1000억원 늘어나 1분기(5조6000억원)보다 증가액이 커졌다. 기타대출의 경우 비은행취급기관의 증가액(7조5000억원)이 예금은행(7조6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상품의 가격(금리)을 올리지 않고 상품만 못 사게 막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충격이 있겠지만,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을 더 옥죌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에도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위는 전날에도 “신용팽창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 지속하면 향후 민간신용 공급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조정, 대출한도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