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넘은 노인 서너분이 홍대에서 술 드시겠어요?”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음식점ㆍ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1시간 앞당기면서 백신 접종자에 한해 오후 6시 이후 4인까지 모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선심성 지침’이라는 비판이 다수였다.
최씨는 “현재까지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거의 70대 이상 노인들인데 그들이 3~4명씩 홍대에 술을 먹으러 오겠냐. 정부의 선심성 지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상희(53)씨도 “백신 접종이 고연령층이나 특정 직업군 위주로 이뤄졌다 보니 백신 인센티브의 효과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5)씨는 “백신 인센티브를 명분으로 해서 자영업자들에게 조금 더 혜택을 준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한 업소 중 백신 접종 완료자가 포함된 3인 이상 손님을 받은 업장은 한 곳도 없었다. 20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20대 중 60%가량은 아직 1차 백신 접종도 하지 못한 ‘예약’ 상태다.
10시에서 9시로…“목 조여오는 기분”
한 고깃집은 마감 시간이 9시로 당겨지자 가게 오픈 시간을 오후 4시에서 3시로 변경했다. 하지만 오후 시간대에도 손님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A씨는 “모든 잘못을 다 자영업자에게 덮어씌운 게 용서가 안 된다. 코로나가 6시에는 출근하고 그 이후에는 퇴근한답니까?”라고 토로했다.
홍대의 한 주점에서 오후 6시부터 파트타임으로 근무해 온 B씨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월급이 반토막 났다. 그는 “힘든 사람만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라며 “자영업자가 힘들면 그 가게에서 생계를 위해 근무하는 종업원도 위기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생존하는 ‘위드 코로나’ 촉구”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보통 오후 8~9시가 돼야 영업을 본격 시작하는데 지난해부터 영업 제한을 받고 있어 지금 10개월 정도 정상 영업을 못 하고 있다”며 “방역 패러다임을 바꿔서 자영업자가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한쪽만 희생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종민씨는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 앞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씨는 “정부가 7월쯤에 8인까지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재계약을 한 분들이 있다”며 “거리두기 정책이나 지원금을 결정할 때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