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매출 1억 위안(181억 200만 원) 돌파, 총판매량 60만 개
훙싱얼커가 깜짝 인기를 누린 이유는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허난(河南)성 이재민에게 5000만 위안(90억 7050만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에 감동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돈쭐(‘돈+혼쭐’의 합성어)’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 행렬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다. 올해 초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준 한국 마포구에 있는 한 식당은 주문이 밀려들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훙싱얼커는 어떨까?
돈쭐 맞은 훙싱얼커에 의문을 제기한 네티즌도 많았다. 일부 네티즌은 훙싱얼커의 재무 데이터를 사례로 들며 “곧 파산할 수준의 재무 상태 속에서 어떻게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부 논란을 주장하는 이들과 훙싱얼커를 지지하는 네티즌 사이 논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훙싱얼커는 “기부한 것은 현금이 아닌 물자”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2020년에만 399억 원 적자?
게다가 훙싱얼커는 수년째 푸젠(福建)성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10월 푸젠성 상공업연합회가 발표한 ‘2020 푸젠성 100대 민영기업’ ‘2020 푸젠성 50대 민영 제조업체’에도 잇달아 이름을 올렸다. 푸젠성 상공업연합회에 따르면 2018, 2019년 훙싱얼커의 매출은 모두 20억 위안(3620억 8000만 원)을 넘어서며 중국 스포츠 브랜드 중 중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 많아…
이후 파운드리 업체의 한계를 체감하고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테니스 분야를 공략했다. 유명 테니스 대회와 제휴해 이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
다만 훙싱얼커의 호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상장 5년 만에 재무 조작을 이유로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그동안 다른 중국 토종 브랜드는 ‘애국 소비 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했다. 2019년 훙싱얼커의 매출은 28억 4300만 위안(5148억 6730만 원)으로 같은 해 터부가 기록한 매출(81억 8300만 위안)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으며, 안타 매출(339억 2800만 위안)과 비교해서는 10%도 채 미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궈신(國信)증권이 정리한 ‘2021년 톈마오(天貓) 6·18 쇼핑 축제 기간 스포츠웨어 브랜드 매출액 순위’를 살펴보면 안타, 리닝, 피커, 터부, 361도(361°)가 차례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훙싱얼커는 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것이다.
안타와 리닝은 중국 국내 시장에서 파이를 넓히며 스포츠 업계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각종 글로벌 브랜드도 규모가 큰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허쥔(和君)컨설턴트의 왕청즈(王承志)는 훙싱얼커가 중국 최초의 해외 상장 스포츠 브랜드임에도 불구, 시장 포지셔닝 및 마케팅 전략에 실패해 다른 브랜드에 밀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2021년 7월 30일까지 훙싱얼커의 특허 수는 겨우 53개로 터부(756개), 안타(904개)와 비교하면 이들 업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특히 2018년부터 ‘중국리닝’ 시리즈를 앞세워 ‘국조(國潮)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리닝은 이와 관련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워 소비자의 ‘애국’ 감성을 자극했다. 리닝 역시 해외 브랜드에 밀려 2012~2014년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빅데이터센터 설립 ▲적자 점포 폐쇄 ▲연구개발 투자 등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리닝과 함께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안타는 휠라(FILA)의 중국 지역 상표권과 운영권을 인수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기부 사건, 터닝 포인트 될까
이러한 상황 속 훙싱얼커의 흑자 전환 성공 여부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훙싱얼커가 매출 호조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훙싱얼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이와 관련해 장이(張毅) 아이미디어컨설턴트 CEO도 중국 현지 매체인 시대주보(時代周報)와의 인터뷰를 통해 “훙싱얼커가 이번 상황을 기회 삼아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하침시장(下沈市場·중국 3, 4선 도시 및 농촌 지역을 뜻하는 신조어)’을 노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3, 4선 도시를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 CEO는 “업계 상위권을 쟁탈하기 위해서는 1, 2선 도시 소비자 역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왕 컨설턴트도 훙싱얼커가 기존 제품의 뒤떨어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제품 개발 ▲브랜드 마케팅 등 역량 재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모바일 인터넷 발전으로 소도시 청년들도 소비습관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들 역시 대도시 소비자처럼 각 브랜드 파워를 비교해 구매한다고 부연했다.
과연 훙싱얼커가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슬로건대로 ‘투 비 넘버 원(To be No.1)’을 달성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