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기만이라도 살려 주세요.”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사진이 잊히질 않는다. 엄마들이 갓난아기들을 철조망 너머로 던졌다. 어떤 아기는 낯선 외국 군인 품에 안겼고, 어떤 아기는 철조망 위로 떨어졌다. 목숨을 건 생이별의 현장. 탈레반은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 21세기라고 믿기지 않는 야만의 지옥도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이다. 영화로도 유명한 전작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또 한 번 아프간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계속되는 전쟁과 혼란, 궁핍, 폭압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얘기다. 스무살도 더 나이 많은 남자와 강제혼인하는 마리암은 결혼하며 처음 부르카를 입는다. “망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게 낯설었다. …주변을 볼 수 없게 되니 힘이 빠졌다. 그녀는 주름진 천이 입을 질식시킬 것처럼 압박하는 게 싫었다.”
아름답고 역설적인 제목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17세기 시 ‘카불’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