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대통령은 카불이 함락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법무장관 등 관료들과 모여서 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회의가 끝난 후 그는 대통령궁에 있는 잔디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가니 대통령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프간은 무너지고 있었다. 탈레반은 7일 이란과 접경지역에 있는 님루즈주의 주도인 자란즈를 점령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탈레반이 이 지역을 장악하자 약 3000명의 주민들은 이란으로 피난을 떠났다. 이날 탈레반은 자우즈얀주의 주도 셰베르간도 점령했다.
8일에는 북부 지역의 3개 주도인 쿤두즈, 사르에풀, 탈로칸이 점령됐다. 인구 37만명의 쿤두즈는 수도 카불 등 주요 도시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다. 이날 미 대사관은 미국인들이 아프간을 최대한 빨리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12일 카불 남서쪽 150km 지점에 위치한 가즈니주의 주도 가즈니를 점령했다. 이날 카불에서는 가니 대통령이 회의를 소집했다. 이때 아프간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국이 요동쳤다.
가니 대통령은 카불이 함락되기 전 해외로 달아났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다"며 "아프간의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엄청난 양의 돈을 챙겨 아프간을 떠났다는 의혹에 대해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