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시는 분들은 옛날 석유회사 ‘유공’을 기억하실 겁니다. (유공 축구단도 있었어요.. 대우 로얄즈, 할렐루야 축구단 아시면 리스펙..) 그걸 SK가 인수했고 세월이 흘러 이름을 안 촌스럽게 하겠다고 SK이노베이션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노베이션’이란 이름이 참 애매한데요. (선경 혁신??)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이 회사 안에 석유, 화학,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 소재, 석유개발 부문이 사업부 또는 자회사 형태로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분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향후 5년 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5배 이상 늘리기 위해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영업기밀을 침해해서 2조원도 줘야 합니다.ㅜ) 한 마디로 돈이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에 배터리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 상장한 다음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건데요.
·석유 매출이 66%, 배터리는 6% 미만
·폭발적 성장세 대비해 투자자금 마련하겠다는데
·물적분할 선택해 주주 손해...배당 더 준다는데 '글쎄'
물적분할은 지금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것처럼 ‘SK배터리’를 100% 자회사로 분리시키는 것이고요. 기존 주주구성 그대로 새 회사를 만드는 건 인적분할이라고 합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 인적분할이 유리합니다. 분할비율만큼 새 회사 ‘SK배터리’의 주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물적분할을 하면 완전히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한 주도 받을 수 없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더 화가 나는 건 SK배터리가 SK이노베이션의 현금성 자산 5000억원 가운데 75%인 3770억원을 가져가면서도 장기차입금 2조2000억원 중에선 32%인 7000억원만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주식도 안 줘, 새 회사가 돈은 다 가져가는데 SK이노베이션에는 빚만 남겨.. SK이노베이션 주식이 하나도 없는 저마저 화가 날 지경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을 해도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앞서 물적분할 한 SK에너지, SK석유화학 등의 실적도 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실적’으로 잡혀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회계장부 어떻게 쓰는지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주주들이 배터리를 보고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샀지 석유에 감탄해서 샀겠어요? (물론 SK이노베이션의 매출 비중은 SK에너지 66%, 화학 21%, 윤활유 7%, 전지∙소재 등 기타 사업 6%이긴 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성난 주주들을 달래려고 배당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할 이슈를 고려해도 SK이노베이션이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배터리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입장에서 굳이 이렇게 복잡한 사정이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배터리나 양극재·음극재 기업들이 많이 있거든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이 기사는 8월 1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