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난줄 알고 인터뷰…22년 전 살인, 딱 걸린 그놈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18:35

수정 2021.08.2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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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분 피해 해외도피하면 ‘공소시효 정지’

지난 18일 제주 장기미제 변호사의 살인교사 혐의로 김모씨(검은색 모자)가 제주국제공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은 1999년 제주에서 살해된 이모 변호사(당시44세)의 살인교사 혐의로 김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22년 만이다.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시의 한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예리한 흉기로 여섯 차례 찔린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이 변호사가 살해당했다고 보고 현상금까지 걸면서 수사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이 사건은 기존 15년이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지만 경찰은 일명 태완이법이 적용해 검거했다. 태완이법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2015년 7월 24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됐다. 


경찰은 태완이법을 적용하기 위해 먼저 형사소송법 253조(시효의 정지와 효력)을 참조했다. 이법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 그 기간만큼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경찰은 김 씨가 공소시효 만료 전 해외로 출국한 기간을 모두 합치면 만 8개월 이상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팀이 출입국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씨는 공소시효 만료 전인 2014년 11월 5일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 해외를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4년 11월 5일 0시가 아닌, 최소 만 8개월을 제외한 2015년 8월 이후가 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201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해당 사건에 대해 태완이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지난해 한 방송서 ‘살인교사’ 주장

이번 사건은 20년 넘게 특정하지 못했던 피의자가 국내 한 방송에 제 발로 나타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한 국내 방송사의 방송을 통해 유탁파 두목 백모(2008년 사망)씨의 지시를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모(2014년 사망)씨가 그를 살해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경찰은 그가 이 변호사를 살해하는데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다. 당시 방송에서 김씨는 이 변호사의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정황도 알고 있었고, 범행에 사용된 유사한 모양의 흉기를 직접 그릴 정도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캄보디아에서 추방…살인교사 혐의로 국내 압송

지난 18일 제주 장기미제 변호사의 살인교사 혐의로 김모씨(검은색 모자)가 제주국제공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경찰은 김씨의 해외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4월부터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를 활용한 국제 공조 수사를 벌여 왔다. 김씨는 지난 6월 말 캄보디아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돼 추방됨에 따라 지난 18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제주지법에서 21일 오전 11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