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장 세차를 나왔던 승합차가 폭발했다. A씨(30대 남성)가 승합차 앞자리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트렁크 쪽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A씨가 긴급하게 119에 신고했지만,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지하주차장에 있던 수백여 대의 차량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사고 발생 일주일 만인 18일 오후 2시쯤 불이 난 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 주변에 도착하자 화재로 인한 냄새가 진동했다. 입구에서 만난 주민은 “지금은 그나마 참을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한밤중 지하주차장 폭발 사고
환풍기 수십대 동원 연기 빼내…입구부터 냄새 진동
화재 현장은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 불에 탄 차량은 차마 치우지도 못해 그대로 주차돼 있었다. 그나마 이동이 가능한 차량은 지상으로 견인한 상태였다. 바닥은 물론 천장과 벽까지 모두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폭격 맞은 듯 아수라장, 바닥과 천정 연기로 그을려
이날 오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충남경찰청과 충남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합동 감식이 이뤄졌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지점을 중심으로 불길이 번진 방향과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경찰은 화재로 차량 666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470대가 자동차 보험회사에 피해신고를 접수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소한 차량은 16대, 반 정도가 불탄 차량은 28대로 집계됐다. 폐차가 불가피한 차량이다. 보험회사에 피해를 접수한 차량 중 고가인 메르세데스벤츠만 100여 대로 확인됐다. 벤츠를 포함해 수입 차량은 199대로 추정되고 있다.
피해 차량 중 수입차량 199대, 벤츠만 100여 대
지하주차장 화재로 A씨가 화상(3도)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파트 주민 14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 중이다. 화재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는 승합차 트렁크 쪽에서 갑자기 불이 나자 운전석에 타고 있던 A씨가 내려 어디론가 전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경찰은 A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소방당국 "승합차 폭발 뒤 확산한 것으로 추정"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승합차에서 폭발이 일어난 뒤 지하주차장 전체로 불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와 현장 조사 등을 거쳐 A씨에 대한 신병 처리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