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대범한 간첩 활동도 충격적이지만 간첩 수사 과정에 갖가지 장애 요인이 추가되면서 수사가 어려워졌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통째로 경찰로 넘기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졸속 처리했다는 것이다. 방첩 전문가나 국민 인식 조사는커녕 국정원과 경찰 양 기관의 간첩 수사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증 분석 등 객관적 평가도 전혀 거치지 않았다. 간첩 수사는 수년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첩보 수집과 공작 역량이 바탕이 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보듯 북한은 남북대화에 응하는 척하면서도 4년 내내 중국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대남 공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간 해외 현장에 잠복하며 핵심 증거를 확보한 기관은 국정원이었다.
검사 1명 파견 요청에 “서울에도 여력 없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전면 재검토해야
국정원이 2017~2018년 북한 공작조와 이들 간의 회합 증거를 확보하고도 즉각 수사로 전환하지 않은 것도 정부의 ‘북(北)바라기’와 연결된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충북동지회 사건에 대한 보강 수사를 준비 중인 청주지검이 대검에 공안통 검사 파견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식은 귀를 의심케 한다. 대형 간첩사건에 검사 1명을 파견해 줄 수 없는 이유가 “서울에도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니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남북 분단 상황에서 대공 수사의 성패 여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이번에 북한의 대남 공작 전술의 전모를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공 수사기구 개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