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훈현 9단은 11개의 타이틀을 모두 따내는 ‘전관왕’이 됐고 이창호 9단은 13관왕이란 전무후무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바둑시합이 단체전인 바둑리그로 바뀌며 대회 수가 줄어들고 또 많은 도전기가 토너먼트로 바뀌면서 그런 일들은 불가능해졌다. 도전기는 우승자에게 특혜가 주어진다. 도전권을 얻은 단 한 사람만을 상대로 3번기나 5번기, 또는 7번기를 벌여 이기면 또다시 우승하게 된다. 그러나 토너먼트는 64강이든 32강이든 8강이든 어디서든 한칼을 맞을 수 있다. AI 시대에, AI로 철저히 무장한 신예들이 그득한 숲속에서 제아무리 강자라도 누가 누구 칼에 맞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
서로 박빙 승부, 미래 기대감 높여
바둑에서 한·중·일의 대결은 역사적이고 필연적이며 피할 수 없다. 또 중국엔 30명 언저리의 강자들이 있어 우리는 소수 정예로 대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진서 혼자로는 역부족이다. 한국바둑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창호 시대의 4천왕처럼 새로운 4천왕이 새 시대를 이끌어 주기를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 다음은 신진서와의 일문일답.
- 국내 5관왕을 축하한다. 지난해 박정환을 10대0으로 이길 때 신진서는 적어도 국내에선 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3차례의 결승전은 모두 팽팽했다.
- “힘든 승부였다. 사실 지난해 10대0은 엉뚱한 결과이고 박정환 9단, 변상일 9단 모두 막상막하의 상대들이다. 변상일 9단은 특히 AI에 가장 열심이고 능통하다. 실력도 더욱 상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이번 결승전들이 모두 박빙의 승부였기에 팬들은 오히려 한국바둑의 미래를 봤다고 말하고 있다. 신진서 본인 외에 중국을 이길만한 한국의 정상급 기사를 꼽는다면.
- “박정환 9단과 변상일 9단, 그리고 신민준 9단까지 3명을 꼽고 싶다. 중국의 강자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 매일 AI와 씨름할 텐데 조금 지루해진 기분은 없나. 이 시점에서 AI와 대결한다면 칫수는?
- “사실 AI와 산다는 게 힘든 부분도 있지만 프로기사와 AI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젠 운명이 됐다. AI는 조금씩 더 발전하는 느낌이다. AI와의 칫수는 약간 불리하지만 두 점으로 해 봐야 한다.”
- 19일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 예선전이 시작된다. 이제 신9단도 많은 후배가 생겼는데 예선에 나서는 후배 기사들 중 누구를 꼽고 싶은가.
- “문민종(18)이 있고 권효진(17), 한우진(16) 등이 좀 더 잘 해줘야 한다.”
- 내년 9월엔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바둑도 남녀 단체, 남자 개인 등 3개의 메달이 걸려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바둑이 다시 들어갔는데.
- “광저우 때는 한국이 3개의 금메달을 독차지했다. 이번 올림픽을 보며 선배들의 영광을 잇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