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는 17일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친모 맞다면 아이 바꿔치기 사실은 필연적”
재판부는 “여아 살해 혐의로 A씨의 딸인 B씨(22)가 구속된 후 경찰이 B씨와 B씨의 남편의 유전자(DNA)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이들은 숨진 여아의 부모가 아니며 B씨는 숨진 여아와 동일 모계 관계로 드러났다”며 “이후 각기 다른 기관에서 4차례에 걸쳐 DNA 검사를 한 결과에서도 피고인이 숨진 여아의 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두 가지의 DNA를 갖고 있는 증상인 키메리즘(키메라증) 가능성에 대해서도 “키메라증이 맞다고 하더라도 친자가 맞는데 아닌 것으로 DNA 감식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친자가 아닌데 친자가 맞는 것으로 감식 결과가 나오기가 불가능하고, 피고인과 숨진 여아의 신체 여러 군데에서 DNA를 채취해 검사했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가능성을 부정했다.
숨진 여아의 혈액형(AO형)이 B씨(BB형)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지만 A씨(BO형)에게서는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증거로 판단했다.
“세부사항 빠짐없이 요구하면 실체적 진실 접근 막아”
A씨가 자신의 딸과 B씨의 딸을 바꿔치기한 시점에 대해서 재판부는 “B씨가 출산 이후 2년 5개월간 아무 의심 없이 숨진 여아를 양육했고, 출산 후 기간이 길어질수록 산모가 자신의 자식을 혼동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으로 미뤄 B씨가 출산한 2018년 3월 31일과 가까운 시점에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B씨가 출산하던 당시 산부인과 입원해 있던 산모 5명, 이곳에서 근무한 간호사 등이 해당 산부인과 신생아실과 입원실에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고 진술한 점과 신생아 식별띠가 분리돼 있었던 사실 등으로 미뤄 재판부는 B씨가 산부인과에 입원해 있던 기간 중 아이 바꿔치기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숨진 여아의 친모가 맞다고 인정된다면 실제 피해자가 바꿔치기됐다는 사실은 필연적으로 성립된다”고 적시했다.
선고 도중 실신한 A씨…남편은 항의하다 퇴정 조치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에 대해 알 수 있는 객관적·직접적 증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빠짐없이 연결고리를 요구한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사실 관계를 일일이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이고 세부적 범행 경위와 방법을 모르더라도 앞선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피고인의 아이 바꿔치기가 충분히 증명된다”고 판시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길게 머리를 늘어뜨린 채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재판부가 선고 결과를 읽어내리는 과정에서 잠시 실신했다가 피고인석에 엎드려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면 A씨의 남편은 “사람 잡겠다. 이게 대한민국 판결이냐”며 크게 항의하다 퇴정 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