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용기 종이로 바꾸고, 우유 제품 일회용 빨대 제거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00:02

수정 2021.08.1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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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플라스틱 쓰레기<2부>

소비자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기업이 제공한다. 플라스틱을 줄이려면 소비자 못지않게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기업도 플라스틱 감축안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지난 6~7월 기업에 탈(脫) 플라스틱 이행 상황을 질의했다. 환경부와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자발적 협약’(2018년)을 맺은 기업 19곳이 대상이다. 지난해 첫 조사에 나섰던 환경운동연합이 올해 중앙일보와 손잡고 두 번째 조사를 진행했다.
 

플라스틱 알마나 쓸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별취재팀은 기업에 최근 5년 치 플라스틱 사용량, 2025년까지 플라스틱 감축 연간 목표 및 구체적 계획 등을 질의했다. 19곳의 기업 중 ▶CJ제일제당 ▶광동제약 ▶남양유업 ▶농심 ▶대상 ▶동아제약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서울우유협동조합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오비맥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등 14곳이 답변했다. 지난해 9곳에서 5곳이 늘었다. ▶LG생활건강 ▶빙그레 ▶코카콜라음료 ▶하이트진로 ▶해태에이치티비 등 5곳은 답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는 2년 연속으로, 나머지 4곳은 이번에만 답하지 않았다.

탈플라스틱 협약 19개 기업 조사
제주삼다수는 무라벨 제품 내놔
6곳은 연간 구체적 감축량 설정도
소재 전환보다 크기·무게 축소 많아

플라스틱 ‘얼마나’ 줄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질문 대상은 플라스틱 사용이 많은 기업이다. 환경부 협약 당시 이들이 생산한 페트병은 국내 전체 출고량의 55%였다. 한 해에 수천~수만 t의 플라스틱을 사용 중이다. 답변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5만767t을 썼고, CJ제일제당 3만3042t, 농심 2만8298t,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2만7789t 순이었다.
 

플라스틱 ‘어떻게’ 줄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상 기업 중 6곳은 2025년까지 연간 감축 목표량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대상은 올해 320t을 시작으로 2025년 1300t까지 감축하겠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4년 뒤 예상 사용량의 9.4%(1300t)를 줄일 계획이다. 남양유업도 사용량의 20%(2000t) 감량이 목표다. 수치를 밝히지 않은 기업도 다수가 감축 계획은 갖고 있다고 답했다.
 

'플라스틱 감축 계획' 질의 응답 여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탈 플라스틱 과정에서 ‘언제’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다. 업계에 따라 방법이 다양하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 기업은 “선물세트 포장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아모레퍼시픽, 동아제약 등 화장품·제약 업계는 용기를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로 바꾸겠다는 계획이 다수였다. 매일유업, 서울우유협동조합 등 우유업계는 일회용 빨대 제거에 방점을 찍었다. 롯데제과는 제품 속 플라스틱 트레이나 컵을 없애기로 했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난 5월부터 무(無) 라벨 제품을 내놓았다. 이런 구체적 방법론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자연 분해가 쉽거나 곧바로 재활용할 수 있게 제품 소재 자체를 전환하기보다 크기나 무게를 줄이는 방식이 많다.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19개 기업의 탈 플라스틱 성공은 다른 기업의 친환경 전환 노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는 “친환경 종이·캔 포장재 대체처럼 파격적인 방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기업들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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