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우르르···전광훈 측 '변형 집회'에 서울 도심 가로막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4 12:02

수정 2021.08.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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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연휴 첫날인 14일 오전 ‘1인 걷기 행사’를 강행한 보수 단체와 경찰의 충돌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이어졌다. 영문도 모른 채 주말 외출 나온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14~16일로 예고한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 행사를 첫날 예정대로 진행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서울역을 출발해 숭례문~시청~광화문 일대를 돌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변형된 집회로 간주한 경찰이 도심 곳곳을 통제하면서 가로막혔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 도로에 차벽을 세워놓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광복절 연휴 사흘간 도심 일대에서 '문재인 탄핵 8·15 1천만 1인 걷기 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1인 시위를 빙자한 불법집회라고 보고 차단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7시 행사 출발장소인 서울역 앞 광장에 참가자들이 속속 모였다. 주최 측이 당초 예고한 것과 달리 행사 참가자들은 대부분 3~4명씩 무리를 지어서 이동했다. 이날 광장에 당원 모집을 위한 파라솔을 설치한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참가자들에게 “떨어져서 이동해 달라. 가까이 붙지 말아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걷기 행사 경로를 안내받으려는 참가자 7~8명이 동시에 부스에 몰리는 등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50대 양모씨는 “정부가 방역 운운하면서 국민들이 평화롭게 산책하는 것까지 막으려고 한다”며 “걸으면서 태극기도 못 들게 하고, 구호도 못 외치게 한다는데 이게 자유민주국가가 맞냐”고 주장했다. 앞서 주최 측은 행사가 미신고 집회로 비치는 걸 막고자 참가자들에게 깃발을 들고 행진하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통행을 막는 경찰과 시민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박건 기자

경찰은 이날 행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자 도심 곳곳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했다. 경찰은 검문소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목적지와 방문 목적 등을 물었다. 일부 도로는 통행이 전면 통제돼 경찰이 우회로를 안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과 마찰이 빚어졌다. 서울역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은 “집회를 막으려면 광장만 통제하지 왜 길을 막느냐”며 “차도 건너편엔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고 여기에만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경찰의 도로 통제 사실을 모르고 외출을 나온 시민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대학생 유모(24)씨는 “광복절에만 집회가 열리는 줄 알고 나왔다가 길이 막혀서 당황스럽다”며 “집회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과 외출 나온 박정규(44)씨는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인 건 맞지만 통행 자체를 금지하는 건 과도한 대응인 같다”고 했다.


 
국민혁명당은 당초 오전 9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에 막히자 주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경찰이 인도를 막고 지하철역 대부분의 출입구를 봉쇄해 국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했다”며 “인권을 말살한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창룡 경찰청장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엔 진보 단체들의 시위도 예고돼 있다. 진보 성향 단체가 모인 ‘광복 76주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대회 추진위원회’는 서대문 독립문공원, 국방부 인근, 종로3가 일대 등 거점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오후 4시 서울역·서대문역·충정로역 일대에서 참가 인원 200여 명 규모의 ‘한미전쟁연습 중단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이에 경찰은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도심권을 중심으로 임시 검문소 81개소를 운영하고, 가용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불법 집회와 행사의 집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제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