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환자 400명 육박, 증가 우려
환자 절대 규모가 늘수록 시차를 두고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이나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ㆍ체외막산소공급), 투석치료기인 CRRT 등이 필요한 위중증 환자가 연동돼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12일 기준 위중증 환자는 372명으로 400명에 육박한다. 환자가 2000명대 안팎으로 계속 발생할 경우 여기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위중증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지금은 3차 대유행 때보다 사망자가 적지만 향후 어떻게 달라질지 안심할 수 없다.
1.5% 추가 확보 요청에 병원들 어려움 호소
의료계에선 천편일률적인 병상 수 늘리기가 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체계 없이 그저 중환자가 늘면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100~200개 만들려고만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침대만 있다고 코로나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병원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문제다. 코로나 중환자는 일반 중환자보다 4~5배 많은 의료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코로나 중환자를 받으려면 동선 분리, 음압기 설치 등이 필요한데 공간·장비 확보가 만만치가 않다.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괄적으로 배정해 전체 병상 수를 늘리는 것보다 병원별 역량과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다른 곳과 동일하게 병상 1, 2개 늘리는 것보다 최중증 환자 케어에 최대한 역량을 집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현재 에크모 단 코로나 환자 8명을 본다. 유 원장은 “에크모 환자 1명에 들어가는 인력 등 자원은 인공호흡기 치료 환자 2명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특수 전문인력과 오래 훈련된 간호사 3, 4명이 팀을 이뤄 24시간 붙어있지 않으면 환자를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망 확률이 높은 에크모 환자를 제때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중환자 병상이라고 다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게 아닌 만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고려해야 한단 것이다.
일반 중환자 진료 축소 우려도
고려대안산병원 같은 경우 지난해 인근 종합병원이 문을 닫아 응급 환자가 집중되고 있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김운영 고대안산병원장은 “500병상의 병원이 문을 닫은 이후 응급실이 넘치고 병상 가동률도 높다”며 “지난해 일반 중환자실 14개를 8개로 줄여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만들었다. 일반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일대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병상 수를 확 줄여야 한다. 일반 중환자에 영향이 안갈 수 없다”고 말한다. 경기도 남부권에서는 4개의 상급병원이 1300만명을 맡는다. 응급 환자가 더 많이 몰린다. 이런 상황서 일반 중환자실을 코로나 중환자실로 무작정 늘리면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실려 오더라도 수술 이후 입원할 곳이 없어 제때 치료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상급병원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중환자실도 이미 95% 이상 포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 중환자실 부족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인력 부분과 관련해선 정부가 병원들에 간호 인력 지원을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환자실 근무 경험이 있어야 하는 데다 지원 받아도 신규 간호사를 바로 투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게 병원들 얘기다.
병상 수만 늘린다고 될 게 아니라 병상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중환자라도 증상이 호전되면 그 아래 단위 병원으로 빨리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에크모 단 최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상급병원에선 최대한 그런 환자에 집중하고, 증세가 호전되면 2차 병원 등으로 스텝 다운(Step-Down)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환자 이송이 원활하도록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급병원들이 병실을 한두 개씩 내놓는 것보다 특정 병원을 통째로 코로나 전용병원(코호트병원)으로 만들고 상급병원 인력을 파견해 진료하는 게 효율적이란 제안도 나온다. 지난해 3차 유행 당시 대한의사협회도 이런 방식을 권고한 바 있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은 “체육관처럼 중증 환자를 몰아서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인력을 차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