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세미나女 조민’ 뒤집기 안통했다…법원 “인턴은 허위”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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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서울대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해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민 씨의 ‘7대 스펙’ 중 하나인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의 진위와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세미나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군지에 대한 조민 씨 고등학교 동창의 바뀐 진술이 재판 결과를 뒤집지 못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연합뉴스]

 

1심은 “세미나 참석 안 했다”→2심 “허위 영향 못줘 판단 안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이날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조민 씨가 201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 동북아 사형제도 국제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에서 확인되는 여성이 조민 씨인지는 확인서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은 “세미나 동영상 여성이 조민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조민 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15일간 인턴을 했는지 허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판단을 피한 셈이다. 대신 서울대 인턴 확인서를 포함해 1심과 마찬가지로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이번 재판에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와 관련해 조민 씨가 서울대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증언이 새로 나오면서, 1심 결과가 뒤집어질지 여부에 관심을 모아졌다.
 
정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점을 적극 활용했다. ‘서울대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이 맞다’는 조민 씨 한영외고 동창생들의 진술을 담은 의견서와 사실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정 교수 1심 재판 때와 달라진 진술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조민 씨의 동창생 장모 씨는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대회(세미나)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조민 씨인지 여부를 두고 진술을 바꿨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검찰 조사 및 정 교수 1심 재판에서 장 씨는 “서울대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은 조민과 다르다”는 취지의 진술 및 증언을 했다. 그러면서 “세미나에서 조민을 보지 못했다”라고도 말했다. 이를 근거로 1심 재판부는 세미나 동영상속 학생이 조민 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은 판결문에서 세미나 동영상과 관련 정 교수 측 주장이 3가지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점을 지적하며 조씨의 세미나 참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조씨가 검찰 조사에서 ‘세미나에 한영외고 인권동아리 회원 5명 내지 10명과 함께 세미나장 맨 뒷줄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동영상에 의하면 “정 교수가 딸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은 세미나장 중간 부분에 앉아 있고 함께 앉은 일행은 남성 1명에 불과하다”고 하면서다.
 
또 “인권법센터 당시 사무국장은 ‘세미나 당일 조민이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걸 본 기억이 있어 동영상 여성이 조민’이라고 진술했으나 한영외고 졸업앨범에 따르면 조민은 (세미나 직전) 졸업사진을 촬영할 당시 단발머리였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세 번째로 “동영상 남여 모두 검정색 재킷 속에 밝은 색 상의를 입고 있지만 한영외고 교복 동복 재킷은 회색이고 상의는 흰색과 검정색 스트라이프이며, 하복 상의는 흰색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여성과 남성의 옷은 한영외고 교복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장씨가 지난달 23일 조 전 장관 1심 재판 증인으로 나와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기억이 없다”면서도 “동영상 속 여성은 90% 조민”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조 전 장관은 이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약 2시간 동안 검사는 장씨와 어떤 대화를 했고 어떤 암시를 주었나, 그 내용은 왜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며 수사팀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감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묻힐 뻔했던 진실이 마침내 드러났다. 검찰 각본의 가족 인질극이 양심 고백에 의해 조기 종영됐다”(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이 서울대 인턴 확인서 허위 작성, 정 교수 가담했다” 

정작 재판부는 이런 장씨의 진술 번복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는 허위이고 조 전 장관이 확인서를 작성하는데 정 교수가 가담했다고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정경심 교수 1·2심 쟁점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재판부는 “조씨가 세미나를 앞두고 과제를 받아서 스터디를 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며 "같은 확인서를 받은 장씨 등은 그런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이 ‘조 씨 등이 종전부터 한 활동들을 사후적으로 15일의 인턴으로 평가했다’고 한 진술의 증거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예견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재판부가 당초부터 조민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쳐서다. 지난달 12일 공판 당시 재판장인 엄상필 부장판사는 변호인 측에 “조민이 세미나를 참석하지 않았다면 인턴십 확인서가 허위가 되느냐, 반드시 참석했다고 주장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검찰도 ‘세미나 영상 속 여성이 조민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교수 항소심 선고공판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 교수 측은 반발했다. 정 교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세미나에 참석한 건 거의 명확히 밝혀졌는데 재판부는 참석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며 “스펙 쌓기가 당시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그 기간에 꼭 특정 활동을 했다는 것만 중요한 건지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상당한 사전 합숙과 노력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러한 고려가 없어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