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것들이 세상 망쳤다"···광주고검 흉기난동범이 쓴 글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05: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10일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고검 청사로 직원이 출입하고 있다. 하루 전 이곳을 찾은 4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부려 검찰 직원이 중상을 입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검찰청사 들어가 “판사 만나러 왔다” 왜?

최근 광주고검 청사 안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A씨(48)가 관할 지역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은 적이 없고, 지역에 연고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10일 광주고검 청사에서 검찰 공무원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상해 등)로 긴급체포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추적]
수사·재판 무관한 광주고검서 범행한 이유는?

A씨는 지난 9일 길이 60㎝의 환도(조선도)를 들고 광주고검 청사에 침입해 8층 복도에서 검찰 공무원 B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는 검찰청사 1층 보안요원에게 환도를 소지한 것이 적발돼 출입을 제지받았지만, 곧장 흉기를 휘두르며 내부로 침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판사를 만나러 왔다”, “판사실이 어디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고검 관할 수사·재판 기록 없어

경찰은 A씨가 광주고검 산하인 광주와 전남·전북·제주 등에서 검·경 수사나 재판을 받은 기록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가 사는 곳도 해당 지역이 아닌 타지역이다. 피해자 B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경찰은 광주고검 산하 지역에 연고가 없는 A씨가 흉기를 들고 검찰청사에서 판사실을 묻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거주지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을 하고,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첫 조사부터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등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후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범행 전 “전라도 것들이” 비하 글

경찰은 A씨가 범행 전 지역 비하성 게시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라도 것들도 세상을 망쳐놓았다”며 “전라도 것들이 복수를 위해서 공부하고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어 결국 미친 짓을 했다”라는 내용이다.
 
범행 하루 전에는 “엉뚱한 사람 재판에 불러들이며 복수의 재판을 하는 광주 쓰레기들”이라며 “협박까지 하는 전라도 법원의 추태가 급기야 민주항쟁이라는 팻말을 붙였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을 향한 헬기 사격을 증언해 온 고(故) 조비오 신부를 모욕하는 글도 있었다.
 

범행 당일 법원서는 전두환 재판 

일각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법원에 출석하던 날 A씨가 지역 혐오성 글을 올린 뒤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날 재판 출석과 범행 동기가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A씨가 지난 9일 흉기를 들고 검찰청사에 진입했을 당시 광주지법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 출석이 예정돼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전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