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로 한국계 지휘자인 얼 리(Earl Lee·38·사진)다. 한국에서 태어나 11세에 캐나다로 이민갔다. 한국 이름은 이얼. 140년 역사의 BSO에서 역대 두 번째 한국계 지휘자다. 임기는 2023년까지다.
한국계 얼 리, 근육이상증 딛고 발탁
연주자로 인정 받다 원인 모를 발병
다시 지휘 공부해 재기
얼 리는 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휘는 아주 즐거운 작업”이라며 “개인 실력이 좋은 연주자들이 모여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식이 있어야만 음악을 알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누구든 음악을 자유롭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얼 리는 원래 첼리스트였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 한국 전남 여수의 초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 첼로 파트를 맡아 연주했다. 첼리스트로서 실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음악인들이 선망하는 소수 정예 학교인 필라델피아 커티스와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원을 거쳤다. 하지만 2008년 왼손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근육 이상증이 생겼다. 얼 리는 “2, 3년 노력했는데 낫지 않아 음악을 그만둘 생각을 하며 방황했다”고 회상했다.
그 때 지휘자라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지휘자인 친구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하고, 학교에 등록후 오케스트라 악보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첼로 악보만 보던 그는 모든 악기의 악보가 한꺼번에 쓰여있는 스코어 읽기를 처음부터 배웠다. “첫 서너 달은 8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만 했다.” 맨해튼 음대에서 지휘를 다시 배웠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 심포니의 상주 지휘자(2015~2018년), 미국 피츠버그 심포니의 부지휘자(2018~2021년)로 활동했다.
얼 리는 이달 31일 여수국제음악제의 지휘 무대에 오른다.
◇수정=지휘자 얼 리에 대해 애초 기사에서 “줄리아드 음악원과 맨해튼 음대에서 다시 지휘를 배웠다”고 쓴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얼 리가 지휘를 공부한 곳은 맨해튼 음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