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너무 귀하다. 예전엔 어업으로 생계를 꾸렸지만, 이제는 우리가 먹을 것도 모자란 실정이다.”(메콩강 하류 주민)
중국의 ‘일대일로’ (Belt and Road Initiative·BRI) 사업 일환으로 지어진 메콩강의 세산2 댐(Sesan II)이 현지 주민에 대한 고려 없이 건설돼 강 하류 지역에서 대규모 식량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글로벌 인프라 개발 사업이다.
캄보디아 단백질 섭취 65~70%가 민물고기
MRC "2040년엔 어획량 80% 줄어"
中 "오히려 문제 완화에 도움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메콩강 인근에서 이뤄지던 민물어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메콩강은 매년 세계 민물고기 수확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캄보디아 외에도 라오스·미얀마 등 주변 지역 6000만 인구의 젖줄 역할을 한다. 지난 2015년 캄보디아는 메콩강에서 약 30억 달러(약 3조4500억원)어치의 민물고기를 수확했다.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18% 수준이었다.
그러나 댐 건설 이후 어획량이 급감했다고 한다. 휴먼라이츠는 “이미 일부 지역에선 어업 생산량 감소로 20~30%의 어부들이 직업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브라이언 에일러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부장은 “댐 건설로 메콩강 전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물고기들의 이동 경로가 막혀 생긴 현상”이라며 “이로 인해 메콩강 하류는 식량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댐 건설로 인해 하류엔 물 부족이 초래돼 쌀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4월 미국의 물 분야 연구 및 컨설팅 기관인 ‘아이즈 온 어스’(Eyes on Earth)는 메콩강 상류 댐들이 470억㎥의 물을 담아두면서 하류 지역의 가뭄과 환경파괴를 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메콩강 인근에 위치한 베트남과 태국은 세계 3대 쌀수출국이기도 하다.
특히 휴먼라이츠는 “댐 건설에 따른 수몰로 지역 주민 5000여명이 별다른 조처를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며 “일대일로는 지역민들의 사정을 무시하고, 불투명하게 진행되며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이번 보고서 관련 질문에 중국 발전회사인 중국화능집단공사(中國华能集團公司)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댐 건설로 인한 문제에 대해 중국 수자원연구소는 지난해 7월 “댐이 우기의 물을 저장하고 건기에 방류하기 때문에 가뭄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