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에서 이 단어로 검색하면 4만2000개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6일 기준). 플로깅(Plogging)은 산책이나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도 줍는 자발적 환경 보호 활동을 말한다. 운동복 입은 사람들이 봉투 가득 담은 플라스틱을 인증하는 사진이 속속 올라온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지구를 지키려 나서는 게 트렌드가 됐다. #플로깅
」주부 정혜미(30)씨는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쌓인 영상을 보고 플로깅에 나섰다. 동선을 달리해서 일주일에 서너번씩 나간다"고 했다. 그는 "내가 온라인에 남긴 활동들을 보고 주변에서 같이 하겠다며 인증샷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어스 2부] 1회
시민들의 탈 플라스틱 상상은 현실이 된다
플로깅, 빨대 반납…행동에 나선 시민들
꾸준한 노력은 유의미한 변화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뚜껑 없는 통조림 햄 명절 선물세트가 출시됐고, 우유 회사들은 빨대 없는 우유 팩을 내놨다. 하나로 뭉친 소비자의 요구에 기업들이 응답한 것이다. 쓰담쓰담은 "누군가는 힘없는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시민단체 탈 플라스틱 활동에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다. 지난해 7월부터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진행 중인 소형 플라스틱 '업사이클' 캠페인은 약 1만명이 동참했다. 이렇게 모인 양이 3000kg, 플라스틱 병뚜껑 100만개를 모은 셈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전국의 시민들이 열심히 보내준 걸 재가공해 튜브 짜개를 만들어 나눠준다. 재활용이 어려워 그냥 버려질 작은 플라스틱에 새 생명을 부여한 것이다. 김자연 활동가는 "올 4월까진 택배 형태로 플라스틱을 수거했는데 서울뿐 아니라 인천·경기 등 다른 지역 시민들도 많이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탈 플라스틱 제안 직접 보내준 독자도
신유진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는 e메일을 통해 자신이 개발 중인 모듈형 플라스틱을 제안했다. 접착제가 따로 없어도 블록 같은 플라스틱 조각을 조립하면 어떤 형태의 가구나 액세서리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모듈을 활용해 의자와 휴대전화 거치대, 비누 받침대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회용 쓰레기가 되기 쉬운 플라스틱 특성을 거꾸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가볍고, 단단하고, 싸고, 복잡한 모양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재료인 만큼 조립·분해만 반복할 수 있다면 반영구적으로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모듈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제작할 수 있는데 내구성이 좋다. 집에서 필요한 걸 금방 만들고, 필요 없으면 해체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눠 주면 된다"면서 "쉽게 사서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소비문화를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그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배달 용기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하면서 배달 주문이 늘고 일회용기 사용이 급증해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탈 플라스틱 참여를 이끌려면 직·간접적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정 전 교수는 "업체와 논의를 거쳐 음식 배달에 많이 쓰는 플라스틱 용기를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용기에 움푹 팬 10개 칸을 일률적으로 만들어 각 가게 상황에 맞춰 쓰는 식이다"라면서 "표준화 용기를 만들면 생산업체로선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가게들은 용기 선택 부담이 덜해진다. 소비자도 깨끗이 씻어 반납한 뒤 보증금 몇백원이라도 돌려받는다면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다.
특별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정종훈·편광현·백희연 기자, 곽민재 인턴기자, 장민순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