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와 구급차를 발견한 경기도 고양 일산동부경찰서 문성준(40) 경위가 차량을 통제하는 장면이다.
운전자들은 문 경위의 수신호에 따라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 이동, 정차 등을 하며 길을 내줬다. 뻥 뚫린 길 위로 소방차가 급하게 이동했다. 2019년 문 경위의 바디캠 영상을 편집한 이 영상은 지난 5월 7일 ‘급박한 순간 1초와의 사투’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왔다. “길 터주는 모습이 멋있다” “감동적이다” “영화 같다” 등 긍정적인 댓글이 4500개나 달렸다. 이 영상은 290만 조회 수를 돌파하며 2만 6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행안부·경기도·소방청보다 구독자 수 많은 안깨남
전국 소방 유튜브 계정은 물론 유튜브 계정을 만든 지 8년 된 행정안전부(6만 9000명), 10년 된 경기도(2만 5300명)는 물론 소방청 유튜브 계정인 ‘소방청 TV(2만 5500명)’ 보다 구독자 수가 많다.
‘안깨남’ 운영자는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예방과 생활안전팀 김찬수(38) 소방장이다. 12년 차 소방관인 그는 지난해 1월 홍보 업무를 담당하면서 “새로운 유튜브 계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소방장은 “기존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유튜브 계정은 구독자 수가 28명밖에 되지 않는 등 인지도가 너무 낮았다”며 “조금 더 재미있게 안전 정보를 전달했으면 하는 마음에 유튜브 채널 개설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관공서 유튜브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채널 이름도 ‘안깨남’으로 정했다. 공개한 영상 등을 통해 구독자들이 조금씩 안전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영상 촬영이나 편집 등은 모두 김 소방장이 직접 한다. 다른 직원들이 승진 공부를 할 때 유튜브를 보며 홀로 영상 편집 등을 배웠다고 한다.
가족들이 “왜 쓸데없는 일을 벌이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그는“취미생활을 한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1년 전 첫 영상인 ‘소방관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보호복 입는데, 얼마나 걸려요?’가 업로드됐다.
소방관 현장 활약상 담아낸 영상 등에 열광
소방관의 바디캠에 촬영된 실제 화재 현장의 수색·인명구조·화재 진압 장면을 보여준 ‘실제상황. 1인칭 시점 화재 현장’ 영상은 “눈물이 난다” “소방관님들께 감사하다”는 반응을 끌어내며 유튜브 채널 개설 5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7000명을 넘겼다.
김 소방장은 이 영상으로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 행정유공 감사장을 받았다.
올라온 영상엔 화려한 편집기술이나 특수효과는 없다. 긴박한 현장만 보여준다.
그는 “당사자에겐 아픈 기억이 될 수 있는 현장 영상을 다루기 때문에 광고를 넣지 않고, 현장활동을 하는 경찰과 소방의 모습에 집중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올라온 영상은 모두 70여개. 업무를 하면서 홀로 아이디어를 찾고 영상 편집에 업로드까지 하다 보니 그도 힘이 부칠 때가 있다고 했다. 종종 달리는 악플에 마음고생도 한다. 하지만 보람이 크다고 했다.
김 소방장은 “국민에게 소방 업무와 정책을 알리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이런 보잘것없는 영상을 많이 봐 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며“이왕이면 구독자 수 10만명을 돌파해 실버버튼을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