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이모씨가 “A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이 2019년 불구속 수사 대가로 12억 5000만원의 성공보수금을 받은 이후 법원이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성공보수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진정을 제기하면서다. A 변호사 측은 ‘2019년 12월까지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 성공보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약정을 맺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씨 측은 이 같은 약정서가 임의로 작성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변회는 이씨 진정에 대해 조만간 조사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한다. 조사 결과 비위 사실이 인정되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를 신청, A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게 된다. 이씨는 지난 3월 A 변호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구두 약정과 계약서 작성 경위는 물론 이씨가 지급했다는 성공보수 액수를 두고도 A 변호사는 10억원이라고 주장해 향후 공방이 예상된다. A 변호사 측은 약정서 작성 당시 이미 이씨와 합의된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당시 이씨 측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던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판결 이전까지는 성공보수약정을 원칙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보고,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反)한다고 인정될 때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보수액 반환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또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수사·재판의 결과마저도 마치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에 따른 왜곡된 성과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게 만들어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실추될 위험이 있다”며 “장차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과 같은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변호사 직무의 독립성·공공성과 사법정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단 이유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1999년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이 같은 취지로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실현되진 않았다.
A 변호사 측은 이날 중앙일보에 “이씨는 ‘라임사태’와 관련한 주식회사 B의 모든 사건에서 불구속시켜주는 걸 조건으로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우리 법인이 수임한 사건은 이씨 등의 자금횡령·시세조종 혐의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2019년 연말까지 시간을 벌면서 횡령금을 최대한 변제해 보겠다’고 했고, ‘만일 변제하지 못하더라도 연말을 넘어서면 어느 정도 회사는 정리할 수 있으니 그땐 어쩔 수 없다’며 연말까지 불구속 상태를 유지시켜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씨는 지난해 5월 구속 후에도 여러 차례 접견 및 조사 참여시 성공보수에 대해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A 변호사 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 판례에 관해선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A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작성했던 수사기록을 퇴직 후 외부에 유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 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 임용 서류 심사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A 변호사는 2차 전형인 면접시험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의 1심 선고기일은 8월 말께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