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장 11곳 공석인데…'김현아 4채' 吳 검증체계 비상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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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이 부실했다기 보다 검증체계 자체가 없었죠, 시의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지도 몇 년 안됐으니…”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부동산 4채 보유 논란’으로 낙마한 걸 계기로 서울시 고위공직자 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한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지난 5일 김 후보자를 내정할 당시만 해도 다주택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며 “김 후보자가 과거 국회의원을 지냈던만큼 다주택 사실이 알려져 있었음에도 간과하고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내정 때는 '4채 보유' 몰랐다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4채 보유 문제로 낙마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연합뉴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현아 후보자 자진 사퇴 직후 시 내부에 “이런 식으로 낙마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며 “다주택을 포함한 민감한 문제를 검증하고 걸러낼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시했다. 시 내부에서는 이제 다주택자 혹은 투기 의혹이 있는 자는 가급적 고위공직자 후보 내정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오 시장이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내정했던 황보연 경제정책실장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청와대 검증에서 탈락했다. 1급 고위공무원인 서울시 기조실장직은 대통령이 임용권을 갖는다. 황 실장은 1주택자였으나 한남동 재개발 내용을 아는 상태에서 해당 구역 내 주택을 구매해 ‘투기 논란’에 휘말렸다. 청와대의 서울시 인사검증에서 1급 인사를 낙마시킨 적은 사상 처음이다.


오세훈 "부끄러운 일, 검증 시스템 갖춰라" 

김 후보자의 SH사장직 낙마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서울시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내 임명이 좌초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등에 엎고 당선된 오 시장이 지명한 인사들이 정작 ‘부동산 논란’으로 잇따라 낙마한 건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남은 주요 보직 인선의 최대 관건은 부동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지난 4ㆍ7 보궐선거 직후부터 4개월간 공석 상태인 SH공사 사장 임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는 조만간 SH공사 사장 재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 임원추천위원회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지난 공모 탈락자도 재응시가 가능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지난 6월 SH 임추위가 진행한 사장 공모에는 총 7명이 지원했다. 이중 1순위는 김 후보자를, 2순위는 정유승 전 SH 도시재생본부장을 후보로 서울시에 올렸다. 김 후보자의 사퇴로 2순위였던 정유승 전 본부장도 유력 후보로 올랐다.
 

오세훈 인사 2번째 낙마, '부동산' 검증 화두 올랐다 

이밖에 서울시 산하기관장 26자리 중 아직 인선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도 못한 자리가 절반 가까이 된이다. 서울시 정책의 틀을 만드는 서울연구원을 비롯해 여성가족재단ㆍ복지재단ㆍ서울시립교향악단 등 11곳은 현재 수장이 공석이다. 서울시50+재단 대표는 성추행 혐의로 피소돼 물러났고,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내부 공익제보로 직무정지 상태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산하기관장 인사는 취임 이후부터 계속 심도 있게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성급하게 인선을 진행하기보다 알맞는 전문가를 배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