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도쿄 올림픽 여자체조 도마 결선에서 여서정 선수가 동메달을 따자 아버지 여홍철 KBS 해설위원은 “아악!”이라고 환호했다. 한국 여자체조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여 위원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여서 한국 첫 ‘부녀 메달리스트’라는 기록도 쓰였다. 그가 해설을 맡은 KBS2의 시청률은 같은 경기를 중계한 MBC와 SBS를 크게 웃돌았다.
#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지난달 28일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독일과 접전 끝에 승리하자 원우영 SBS 해설위원은 흐느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구본길, 김정환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원 위원은 “구본길, 김정환 선수가 우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여홍철 위원처럼 원 위원의 해설도 경기 결과 못지않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처럼 스포츠 해설은 올림픽 경기의 또 다른 감동과 재미 요소다. 올림픽 중계를 맡은 지상파 3사가 앞다퉈 스타급 해설진을 섭외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감동 없이 반쪽짜리 올림픽을 즐겨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로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농인들이다.
“무성영화 보는 것과 같다”
수어 통역사인 이소현 한국농아인협회 실장은 “수어 통역 없이 보는 경기를 보는 것은 비장애인 입장에선 무성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자막 나오지만 “감정 없어”
황씨는 “자막으로 경기를 챙겨보고 있지만 답답한 부분이 있다. 비장애인들에게 읽는 것보다 듣는 게 훨씬 편하듯이, 우리에겐 수어가 그렇다. 자막은 이해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음성에서 나오는 생동감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기도 어렵다. 박씨는 “농인은 표정 등으로 감정을 파악한다. 글로 보았을 때는 어떤 표정과 말투로 말하는지 알 수 없어 별 감흥이 없다. 어떤 부분에서 차분한지 혹은 고조되는지를 수어 통역사들은 표정으로 나타내는데 자막으론 이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무비율 5%… 이마저도 원하는 시간대 아냐
농인들은 낮은 수어 통역 의무 비율과 더불어 수어 통역에 장애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측은 “수어 통역 제공 방송 선별에 정작 수어 통역이 필요한 청각 장애인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방송사들이 편의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황씨와 박씨 모두 “원하는 시간대나 보고 싶은 방송에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경우가 별로 없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의무 비율 외에 어떤 방송에 수어 통역을 제공할지는 방송사 고유의 편성 권한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는 “뉴스에 제공하는 수어 방송 시간만으로도 거의 5%에 달한다. 뉴스 외에도 예능과 일부 방송에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등 가진 자원을 최대한 사용하려고 하지만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문제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