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한·미 간에 합의된 훈련은 불가피하다. 통신선을 막 회복한 거 가지고는 (연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거듭 밝혔다. 진영 간 대립뿐 아니라 여권 내부의 균열까지 일어나는 모양새다. 김여정이 쾌재를 부를 일이다.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한·미 동맹까지 흔드는 이간책의 효과가 톡톡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 재개 위해 방어훈련조차 미루면
북한의 요구 수위 끝없이 높아질 것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정리하는 건 대통령의 몫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협의하라”고만 했다. 중대 안보 현안에서 국론을 한데 모으고 한목소리를 내는 구심점이 돼야 할 대통령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연합훈련은 날짜가 코앞에 닥쳐 있고, 실무 준비가 다 이뤄진 상태다.
안보태세를 다지는 훈련이 남북 대화의 협상 대상이 될 순 없다. 연합훈련이 아니고 단독훈련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내부에서 나오는 훈련 연기 내지 축소론은 연합훈련이 방어용이 아니라 북한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 설령 대화와 훈련을 연계하는 현실론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여권이 주장하는 ‘대화 모멘텀 유지’는 훈련 연기의 등가물이 될 수 없다. 박지원 원장은 “훈련 중단을 하면 상응하는 남북관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북한의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결국 대화 재개에 응해 경제 지원, 방역 지원도 받고 훈련도 중단시키겠다는 얘기다. 그것이 어떻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균형을 이루는 상응 조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비핵화를 위해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박 원장의 말은 앞뒤가 뒤바뀐 발상이다. 북한이야말로 먼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우리는 부단히 이를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