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탄핵'으로 삼보일배 했던 추미애 "난 탄핵 반대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21:47

수정 2021.08.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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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 참석, 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라디오에 나와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당시 발생한 '노무현 탄핵 정국'과 관련해 본인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었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의 상임중앙위원으로, 처음엔 지도부의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으나, 이후에는 '탄핵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의결에 동참한 바 있다.
 

2004 탄핵정국 때 "나는 반대"

 
내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후보로 나선 추 전 장관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같은 당 경쟁 주자인 이낙연 경선 후보의 '노무현 탄핵 찬성' 논란이 주제로 떠올랐다. 최근 이 후보가 과거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주장이 나와 공방이 벌어진 일이다.
 
사회자는 '이낙연 후보는 반대한다고 밝히긴 했는데 그때 당시 무기명 투표지 않았느냐. 팩트체크할 방법은 없지 않으냐'고 추 전 장관에 질문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그분 양심에 달렸다"라고 답했다. 이 후보가 당시 찬성표를 행사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말이다.
 
곧바로 추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사실 설훈 의원, 저 정도가 유일하게 지도부를 계속 말리고 강하게 (반대를) 주장하고 의원들한테 호소하고 그랬다"라며 "저는 특히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아침저녁 늘 회의를 했기 때문에 회의석상이나 또는 대표를 별도로 면담해서도 지속적으로 탄핵하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본회의 사진을 첨부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시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는 주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저처럼 반대했더라면" 

 
추 전 장관은 당시 이 후보에 대해 "만약 이낙연 후보님이 그 당시에 저처럼 반대 소신을 펼쳤더라면 탄핵 발의는 불가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안 하고 간만 보다가 나중에 탄핵 후폭풍이 거세지니까 '두 표 중에 한 표는 자기 표일 거다' 이렇게 언론을 통해서 얘기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탄핵정국 당시 추 전 장관 본인은 민주당 지도부에 탄핵을 하면 안 된다고 말렸다는 의미다. 추 전 장관의 이같은 주장에 사회자는 '추미애 후보께서 2004년에 탄핵문제로 삼보일배 했다. 그때 왜 그랬느냐. 이런 질문 받으신다면 어떻게 답하겠느냐'라고 물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 및 심판은 기각됐고 민주당은 '탄핵역풍'을 맞았다. 추 전 장관은 2004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전라남도청 앞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사회자는 탄핵에 '반대했다면 과거 삼보일배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셈이다.

지난 2004년 4월 4일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이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광주역 앞에서 ‘3보 1배’ 행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盧 사과하면 탄핵철회 담론" 

 
이에 추 전 장관은 "더 이상 말씀드릴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속적으로 반대했다"라면서 "제가 강력하게 탄핵 반대를 하고 그 다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사과하면 탄핵을 철회한다는 것까지 담론을 완화시켜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 전 장관은 "그 후는 제가 역부족이었다. 저도 당론이 결정됨에 따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거기에 대한 사죄의 삼보일배를 했다"라고 답했다.
 
노무현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2004년 3월 16일 오후 추 전 장관은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확대당직자 회의 연설에서 애초 자신이 지도부의 탄핵안 발의에 반대한 이유를 "탄핵 이후 국정 불안을 우려해 탄핵소추를 반대했을 뿐 탄핵 사유가 틀려서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으로 만들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에 반대한 이유에 대한 해명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