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북한이 통신선 복원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한 것은 그들 역시 대화 재개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한 대내외적 명분이 필요함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 걸 '대화 재개 희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날 성명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1명과 정의당(6명)·열린민주당(3명)·기본소득당(1명) 의원 전원이 서명했다. 무소속 의원 가운데엔 민주당을 탈당한 김홍걸, 양이원영, 윤미향 의원이 동참했다. 앞서 국가정보원과 통일부가 '연합훈련 연기론’에 무게를 실은 상황에서, 이날 현직 국회의원 4분의 1 가량이 공개적으로 연기를 주장하면서 이번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기로에 서게 됐다.
지도부 거스른 회견…宋 “김여정 때문에?”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민주당 원내부대표도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은 연합훈련의 연기나 취소를 주장하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라며 “훈련에 참석할 미군이 대부분 한국에 입국한 상태로, 한창 훈련이 진행되는 중에 정치권에서 축소하거나 중단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설훈 의원은 “우리는 불가피하다는 (송 대표) 얘기를 듣지 못했다. 미국과 다시 협상해서라도 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더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훈련이 이미 진행 중이란 지적에 대해선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연기한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도부의 거듭된 우려에도 성명 발표가 강행되자, 송 대표는 비판 수위를 높였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밥상물가 현장점검’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것(훈련 연기론)은 북측의 김여정 부부장이 이야기한 것이지 않나”라며“이미 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런 걸 이유로 연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의원들의 공동성명에 대해선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헌법 기관으로서의 의사 표시로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저희 당 지도부의 입장은 원칙대로 합동훈련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민주당, 김여정 눈치보기 급급”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알아서 할 일에 여당 의원들이 괜히 나섰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한 초선 의원은 “연합훈련 진행 여부는 안보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정부가 판단할 사안 아니냐”며 “북한이 훈련 연기를 요구했다고 그에 국회가 따라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선 의원은 “이런 성명 발표로 민주당이 안보에 소홀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게 안타깝다”며 “동조하지 않은 여당 의원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훈련이 연기될지는 미지수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하반기 연합훈련은) 아직 시기나 규모,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미는 이와 관련해 각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군 주요 지휘관으로부터 국방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한미 연합훈련 관련,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 측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