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벨로드롬에서 열린 사이클 여자 단체스프린트 경기에서 바오산쥐와 중톈스 선수가 31초89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시상식에서 두 사람은 중국 국기가 그려진 상의에 마오쩌둥 주석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단상에 올랐다. 이 장면은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곧바로 외신들이 배지 착용을 문제 삼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두 선수가 반세기동안 중국에선 흔한 배지를 단 것이지만, 이는 올림픽 헌장 위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헌장 50조는 “올림픽 경기장이나 기타 지역에서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또 세부규칙에는 “액세서리 및 장비 등을 통한 어떤 형태의 선전도 표시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같은 규칙을 어길 경우 “관계자나 선수단이 실격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中 금메달리스트 시상대서 ‘마오배지’
올림픽 헌장 “정치적 선전 허용 안돼”
규칙 어길 시 실격되는 불이익도 가능
IOC “중국 측 입장 요청, 기다리고 있다”
논란일자 中 CCTV 배지 장면 삭제
“마오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 中 네티즌 반발
반면 중국 내부에선 정반대의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국영 CCTV를 통해서다. 시상식까지 생중계로 방영했던 CCTV는 이후 정치적 선전에 실격 여부로 논란이 확산되자 두 선수의 시상식 영상에서 마오쩌둥 배지를 단 부분을 삭제 편집해 재방영했다.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는 사전 대응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가 시작됐다. 중국 웨이보를 중심으로 “CCTV는 무엇을 고려해, 어떤 목적으로 마오주석의 휘장을 달고 있는 장면을 지웠는가”, “마오쩌둥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비난이 확산됐다. 4일 오후 1시 기준 이 글들은 모두 삭제됐고, 두 금메달리스트의 시상식 장면조차 CCTV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또 중국 뉴스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던 ‘마오 배지를 달았다’는 기사들도 대부분 삭제됐다.
평론가 천포콩은 “시진핑 주석이 마오 사상을 찬양하면서 중국의 분위기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밍 뉴욕시립대 정치학교수는 “현재 젊은 세대는 마오쩌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역사를 일방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역사에 대한 편파적인 인식이 또한번 국제 스포츠 경기장에서 웃음거리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