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성 소수자 친구가 있다. 친한 동생 K는 7~8년 전 ‘커밍아웃’ 했다. 남자 5명이 취업과 연애 얘길 하던 술자리였다. ‘괜찮다, 응원한다’는 반응 사이 살짝 당혹감도 느꼈다. 커밍아웃을 직접 듣는 게 처음이었으니까. TV 연예인이 아닌 친구의 선언이 낯설면서 걱정도 됐다. 사회의 태도, 일각의 혐오와 차별 때문이었다. 이후 그를 통해 성 소수자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 모호한 우려가 있던 자리엔 구체적인 인식과 감각이 자랐다. 뉴스·대화·교회 설교 등에서 관련 내용을 접하면 늘 K가 떠올랐다. 지나친 편견과 혐오가 느껴지면 반발심도 생겼다. 친구가 부당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걸 원하는 이는 없다. K는 대학·직장 등 모든 조직에 성 소수자가 있다고 했다. 성실한 그는 전 국민이 아는 회사에 취업했다. 특별할 것 없는 연애와 이별을 했다. 상대가 동성이었을 뿐.
“동성애는 핀바르에게 오로지 섹스였다. 그러나 이제는 동성애에서도 섹스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사랑·가족·일상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 K 덕에 보수적 설교나 일부 글을 통해 접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작년 1월에는 다른 친구가 커밍아웃했고, 나는 당혹 대신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고 응원한다고 답했다. 톰 데일리가 커밍아웃하기 전인 2010년 영국은 통합 차별금지법으로서 평등법(Equality Act)을 제정했다. 톰은 오스카 각본상 수상자인 더스틴 랜스 블랙과 2017년 부부가 됐다. 금메달을 딴 뒤 그는 “어릴 적 게이란 이유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느꼈지만, 지금은 챔피언이다. 당신도 뭐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 이후엔 부디 ‘숏컷 공격’과 ‘쥴리 논란’의 혐오를 넘어 차별 없는 삶을 논하는 사회가 되길 빈다. 과거의 톰 같은 고민을 할지도 모를 당신과 나의 눈부신 친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