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 100% 지원금’에 이낙연측·김두관 강력 반발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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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1일 전북 전주시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찾아 탄소섬유로 만든 차량 부품을 들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가 소득 하위 88%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5차 재난지원금을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100%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일 충남 예산 윤봉길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나머지 12%의 경기도민 전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을 경기도 시·군에 논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요청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파주·광명·구리·안성 등 5개 시장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위) 12% 시민에게도 경기도와 각 시·군이 분담해 별도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공동으로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사는 “지금 현재는 압도적 다수의 시장·군수님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경기도가 예산의 절반을 부담해 달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경기도는 절반보다 더 많이 부담할 필요도 있고 그런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 상위 12% 경기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약 4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000억원 이상을 도 예산으로 부담할 의사를 밝힌 셈이다.

경기도, 상위 12% 주민도 지급 검토
이낙연측 “다른 곳과 형평성 우려”
김두관 “경선 공정성 해친다” 비판
국민의힘선 “현금 살포 포퓰리즘”

이 지사는 “민주당도 처음 전원 지급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야당이 합의했다가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기획재정부가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88%로 희한한 타협을 봤다”며 “세금을 더 많이 낸 고소득자를 국가정책 혜택에서 배제하는 건 민주 원리나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추진할 경우 소비진작 효과 등을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안이 유력하다는 게 경기도 측 설명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오른쪽)는 지난달 31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카페에서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기초단체장들의 건의에 따라 경기도가 검토하는 모양새를 띠긴 했지만,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를 뛰고 있는 데다 경기도의 이번 검토안이 ‘소득 하위 88% 지급’이란 정부 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돈 많은 경기도에서는 100%가 받고 돈 없는 지방은 88%만 받는 건 정부의 선별지급보다 더 나쁜 일”이라며 “전 국민을 다 주지 않는 것을 차별이라 한다면 경기도만 주고 다른 지방은 못 주는 것은 더 심각한 편가르기”라고 비판했다. 또 “6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현직 도지사가 집행권을 무기로 돈을 풀겠다는 게 ‘공정 경선’에 해당할 수 있겠느냐”며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이 지사를 압박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도 “국회가 합의해 처리한 재난지원금을 경기도에 한해 추가 지급한다는 건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걱정스럽다”(오영훈 수석대변인)는 반발이 나왔다.


야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선에 출마하면 도지사를 그만두는 게 도리인데 그만두지 않고 예산으로 현금 살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전 국민의 고통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 세운 대책에 포퓰리즘으로 대응, 지역 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행보”라고 주장했다. 재난지원금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선을 위해 가는 길에 도의 행정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저의 공직윤리로는 문제가 있다”(원희룡 제주지사)며 이 지사의 지사직 유지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