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인도)형 변이 검출률이 절반을 차지하며 우세 종으로 자리한 가운데 델타 변이의 전염성이 수두 바이러스만큼 강하다는 미국 방역 당국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일단 백신을 맞으면 중증 질환과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돌파 감염으로 델타 변이에 감염됐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바이러스 양은 백신 미접종자와 다르지 않다는 내용도 담겨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방역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의 감염력이 매우 위험한 수준임을 드러내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지 않을 경우 델타를 넘어 더 강하고 치명적인 새 변이가 출몰해 지금의 백신 자체를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美 CDC “델타 변이, 확진자 1명이 6~8명 감염”
통상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상산지수(R0) 값을 보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5 정도로 추정된다. 감염자 1명이 평균 2.5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감염병과 비교해보면 천연두는 4~6, 수두는 6~8 정도다. 델타 변이의 경우 이 중 수두만큼의 전파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의 경우 국민 대부분이 수두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 3만143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그만큼 감염력이 굉장히 세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지는 델타 변이의 R0 값이 대략 3~4 정도 된다고 알았는데 미국에서 6~8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 변이 돌파감염자, 백신 미 접종자와 전파력 비슷
국내외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지 않을 경우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변이가 출현해 백신을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만, 다음에 출현할 변이는 백신을 헛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보건학교의 앤드루 페코츠 교수는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바이러스가 손쉽게 복제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변이 발생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는 “이번에 인도 사례처럼 인도네시아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다른 변이가 나올 수 있다, 그럴 경우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보면 볼수록 상식을 깨는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유행이 줄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 미접종자보다 바이러스 분비량이 적어 전염력이 떨어지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부스터 샷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시중에 있는 백신은 변이가 아닌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 정부는 무조건 11월까지 인구 70%에게 접종을 하면 집단면역이 되는 것처럼 발표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머릿수가 아니다”라며 “바이러스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처럼 방역이나 백신 계획도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