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 핵심공약에 기본소득 누가 넣었나…전·현직 민주연구원장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4:55

수정 2021.08.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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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대선 핵심공약 원팀 협약서'에 서명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노웅래 민주연구원장,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송영길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달 말 작성한 ‘핵심공약 테마’에 생활기본소득보장이 들어간 것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 일각에서 “특정 후보의 대표 공약이 들어갔다”며 불공정 논란을 제기한 상황에서, 전·현직 민주연구원장은 서로 “내가 넣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발단은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최 의원은 “당 민주연구원 대선 정책 기획안에 생활기본소득이 들어있는데 기본소득은 특정 후보(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공약이라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매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심판 역할을 하는 당 지도부와 보직자는 당장 선수 라커룸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발표한 당 핵심공약 10대 테마

 
민주연구원이 지난달 작성한 ‘대선 핵심공약 개발 계획’ 문건에는 핵심공약 테마 11가지 중 하나로 ‘생활기본소득보장’이 ‘정년연장·연공제폐지·임금피크제 연동 신(新)고용정책’과 함께 명시돼 있다. 민주연구원은 문건에서 “9월 핵심공약 선정 및 대선후보 맞춤형 담론 개발”, “9월 말 대표 및 최고위원 보고”를 거쳐, “10월 초 대선후보 보고”를 하겠다고 명시했다. 이 문건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원팀 협약식’에서 각 후보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특정 후보에 치우쳤다는 최 의원의 지적에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본소득 정책이 이재명 지사만의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결할 대안으로 연구하고 있고 당에서도 더 폭넓고 두터운 복지를 하기 위해 가능성을 살펴보겠단 건데, 이 지사가 공약으로 냈다고 연구도 하지 말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활기본소득이 당 10대 핵심공약 테마에 들어간 것은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내가 민주연구원장이 되고서 넣은 것도 아니다”며 “앞서 홍익표 의원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있을 때 6번이나 회의를 해서 만들어놓은 것을 그대로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낙연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인 홍익표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결정한 사안이니 공정성에 문제가 없단 취지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민주연구원장·왼쪽)과 홍익표 의원(전 민주연구원장·오른쪽)

하지만 홍 전 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민주연구원에 있을 때까지는 생활기본소득은 10대 핵심공약 테마로 검토되지 않았다. 민주연구원장일 때 받았던 최종 버전을 열어봤는데 분명히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직 민주연구원장이 “원래 있던 기조를 그대로 발표한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전직 원장이 “재임 중엔 생활기본소득이 핵심공약 테마가 아니었다”고 반박하면서, ‘누가 언제 생활기본소득을 넣었는지’는 전·현직 민주연구원장 간 진실게임 형국이 된 것이다. 
 
생활기본소득 공약이 논란이 되는 건 이낙연·정세균 등 경쟁 후보들이 기본소득 정책을 두고 이 지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서다. 자칫 송영길 대표 지도부의 대선 경선 관리 공정성 논란이 일 수도 있는 지점이다. 앞서 송 대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전 벌어진 경선연기 논란 때 ‘연기 불가’ 결정을 주도하면서 불공정 시비를 겪은 바 있다.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후보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공정해야 할 심판이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민주연구원의 생활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는 전임 이낙연 대표 시절, 홍익표 연구원장 때 연구한 주제다. 송영길 대표 취임 이후 별도로 연구한 바 없다”며 “애꿎은 심판만 탓하다 보면, 정작 실력은 늘지 않는 법이다.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 측 관계자는 “당이 대선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6명 후보의 공약을 전체적으로 점검해보고 있는 것인데 마치 당의 대표 공약으로 확정된 것처럼 말하는 건 사실관계가 틀린 지적”이라며 “9월 말까지 1차적인 안을 만들고 10월에 후보가 결정되면 후보 측과 조율해서 연말까지 최종 공약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