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입당식을 치렀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 주재로 진행된 입당식에서 윤 전 총장은 “저는 처음부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축이 돼 정권 교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국민의힘이 국민들로부터 더 넓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입당 선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석열 캠프의 상황실장격인 장제원 의원은 “전날 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 시기는 내게 전적으로 맡겨달라’고 했다”며 “오늘 아침 캠프 회의 도중 윤 전 총장이 ‘오늘 입당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윤 전 총장과 만난 또 다른 야권 인사는 “윤 전 총장은 원래 다음 주 월요일인 8월 2일에 입당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자신도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결심한 지는 몇 시간 안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7월 말 전격 입당을 결정한 배경으로 윤 전 총장이 향후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35.1%였던 윤 전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이후 32.3%(6월 넷째 주)→27.8%(7월 둘째 주)로 비교적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치맥 회동 뒤 발표된 29일 조사에선 27.5%로, 직전 조사보다 0.3%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이 가시화하자 지지율 하락세가 잠시 멈춘 모양새였다.
또 보수 지지층 결집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진 반면 윤 전 총장이 그동안 공을 들여온 외연 확장 노력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를 비롯해 중도층과 탈 진보를 아우르는 윤 전 총장의 이른바 ‘빅 플레이트(큰 접시)’ 구상과 국민의힘 입당이 서로 상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역사 논쟁,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밝힌 대구 발언, '120시간 노동'발언 논란 등을 거치며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생각은 보수인데, 왜 몸은 제3지대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이날 “입당을 한다고 해서 더 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안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국민의힘의 경선 구도는 사실상 완성됐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는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ㆍ박진ㆍ김태호ㆍ하태경ㆍ윤희숙 의원 등 10여명에 달한다. 반면 국민의힘 외부의 제3지대는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거나 세가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 경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입당을 촉구한 의원이 40명에 원외 당협위원장이 72명으로 전체 당협위원장(233명)의 절반가량을 이미 확보했다”며 “‘쥴리 벽화 논란’ 등으로 야권 지지층이 계속 결집하고 있으며, 중도 확장 전략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