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정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올림픽 선수단에 대한 격려에 나서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삭발 투혼’ 유도 강유정 선수를 향해 “올림픽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지난 25일 페이스북)고 한 데 이어 승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태권도 이대훈 선수에겐 “승패를 떠나 보여준 멋진 스포츠맨십”(지난 28일 페이스북)이라고 평가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다이빙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며 직접 입수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지난 7일부터 ‘릴레이’ 응원도 시작했다.
그에 비하면 올림픽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침묵에 가깝다. 공식석상에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와 폭염으로 지쳐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선수단의 땀과 열정 그리고 투혼이 큰 위로가 되고 있다”(28일 최고위)라고 말한 것과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임오경 의원(원내부대표)이 29일 정책조정회의에 나와 “최고의 경기력으로 국민들에게 스포츠가 가진 치유와 화합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등은 잇단 메달 소식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고 있다. 메달리스트들에게 찬사를 담은 축전을 보내는 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펜싱 사브르 남자단체전 금메달 소식에 “장하고 자랑스럽다”고 반응했다. 민주당의 분위기는 지난 4월 윤여정 씨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자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전 세계가 윤며들었다”(이 지사)는 등의 반응을 올렸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네거티브·코로나·반일
도쿄올림픽 개막(지난 23일) 하루 뒤 본격화 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백제’ 논쟁 등 주자 간 네거티브 싸움이 ‘조용한 올림픽’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여권 주자들의 신경전이 고조된 나머지 올림픽에 반응하기 어려웠다는 게 각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낙연 캠프 인사는 “네거티브 대응을 하다 보니 올림픽에 대해선 좀 관심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역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좌절 논란이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재배분 협상 후폭풍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게 당직자들의 설명이다.
한켠에선 한일 외교문제와 결부지어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해 온 탓에 급격한 태세 전환이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와 개막식 직전까지 참석 여부를 조율하며 한일 정상회담에 공을 들였지만 그 시기에도 여권 주자들은 “선수단 보이콧”(이 지사)이나 “대통령 불참”(이 전 대표)을 주장해 왔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재선 의원은 “최근 주한일본대사관 공사의 문 대통령 모욕에 지지층의 분노가 더 커졌다. 그런 상황에서 올림픽 성원을 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응원 넘어 메시지 담는 野
박상훈 정치발전소 소장(정치학 박사)은 “스포츠를 무리하게 정치적 이슈와 연결지으려는 시도는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며 “정치권이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라는 틀에서 보는 것도 지나치게 좁은 시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