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통장 들고 은행 가던 시절은 ‘라떼 이즈 홀스’. 공인인증서로 PC앞에서 암호 입력하던 ‘인터넷 뱅킹’도 철이 지났다. 이젠 모바일 앱으로 몇 초만에 예적금 가입하는 시대. 금융의 디폴트를 은행에서 ‘○뱅’으로 바꾸는 주역은?
#1. 뱅 is coming
모바일, 인터넷뱅킹 실적 변화. 그래픽=한건희 인턴
#2. 뱅뱅의 비장의 무기
① 카뱅을 키운 건?
· 라이언 is 뭔들 : 가입 장벽 낮고 쉽게 쓸 수 있는 건 뱅의 기본. 카뱅은 여기에 국민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로 친숙함까지 얹었다. 팬덤은 예금과 대출 금리 등에서 기존 은행과 큰 차이 없던 카뱅의 ‘원 모어 띵’(one more thing).
· 카카오 유니버스 : 안 하는 게 없는 카카오 그룹. 계열사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도 카뱅의 강점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카뱅을 금융업에 스며들게 한 로켓이다. 모임 통장이 대표적. 카톡 계정만 있으면 카뱅 계좌가 없어도 초대할 수 있다. 현재 약 887만명(중복 포함)이 쓴다.
② 토뱅을 기대하게 하는 건?
· 원앱(One-App) : 토스뱅크는 기존 토스앱 내에 출시된다. 2000만명 토스 가입자를 빠르게 토뱅으로 유입하겠단 전략. 토스앱의 검증된 보안체계와 대규모 트래픽 처리 능력을 이어갈 수 있다. 원앱 전략의 효과는 입증됐다. 지난 3월 토스앱 내 출시한 토스증권은 3개월 만에 350만 계좌를 확보했다.
· 빠른 조직 : 토뱅은 20명 규모의 5개 팀(스쿼드)을 운영 중이다. 각 팀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상품매니저, 데이터분석가 등으로 구성됐다. 정식 출범하면 10명 단위로 쪼개 속도를 더 높일 예정이다. 층층시하 결재 라인이 존재하는 기존 은행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실패하더라도 기존 금융권이 안 하던 일을 계속 시도하는 게 우리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한다.
카카오뱅크 VS 토스뱅크. 그래픽=한건희 인턴
#3. 뱅뱅의 미래는?
뱅의 현재가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뱅킹 혁신이라면 미래는 플랫폼 비즈니스. 카뱅 매출 중 플랫폼 비즈니스 비중은 8%다.
· “대신 해 드립니다” : 카뱅은 월 1335만명의 이용자, 사용자 친화적 환경을 무기로 증권계좌나 신용카드 개설 등을 대신 해준다. 생소한 증권사, 신용평가사 앱 대신 친숙한 카뱅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
· 트래픽 짝꿍, 광고 : 사용자 많은 플랫폼에 광고 비즈니스모델이 붙는 건 자연스럽다. 카카오톡의 광고 운영 노하우가 카뱅에서도 구현될 전망.
· 똑똑한 신용평가 모델 : 다양한 데이터로 학습시킨 신용평가 모델은 그 자체로도 경쟁력 있는 상품. 카뱅은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탑승자(가입일, 미수금 존재 여부, 탑승횟수) 데이터, 카카오커머스 선물·쇼핑하기(구매·환불횟수, 금액)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② 리번들링(Rebundling)
뱅의 수익모델은 변신 중이다. 앱 하나에 보험·카드 등 금융서비스를 묶는 ‘번들링’에서 개별 서비스 앱으로 쪼개는 ‘언번들링’을 거쳐 다시 뱅킹에 SNS·쇼핑을 붙이는 ‘리번들링’으로 바뀌었다.
· 골라잡아 리번들링 : 핀테크 앱이 쏟아지자, 뱅뱅은 조용히 웃는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과 손잡겠다는 페이, 보험, 신용정보조회 서비스가 줄 서있기 때문. 카뱅이 증권신고서에 “상장 후 핀테크 인수에 2000억을 쓸 것”이라 공언한 건 싹이 보이는 핀테크를 골라 카뱅에 ‘리번들링’하겠다는 의미. 토스도 핵심 서비스 외에는 언제든 외부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 패밀리가 뜬다 : 밖에서 찾을 필요 있나. 기존 플랫폼 사업 중에도 협업 대상은 차고 넘친다. 카뱅은 카카오 커머스에 입점한 점주들에게 카뱅 대출 상품을 선보이거나, 구독 상품과 엮어 포인트를 지급할수도. 토스는 토스페이먼츠(PG), 토스인슈어런스(GA), 토스증권에 토뱅까지 앱 하나로 내부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
리번들링 사례. 그래픽=한건희 인턴
#4. 뱅뱅, 숙제도 해야지
① 돈 벌 수 있어? : IT 산업은 ‘사람(트래픽)이 모이면, 돈은 따라오는' 업종. 하지만 금융은 ‘돈이 돈을 부르는' 시장이다. 은행 고유 수익모델인 예대마진 사업에서 중요한 건 자본금. 수신(예금)이 많아야 이 돈을 여신(대출)으로 굴려 수익을 낸다. 예대마진 기반 4대 금융사(KB·신한·하나·우리) 1분기 순이익은 3조 9680억원. 카뱅이 1분기 467억원을 벌은 걸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토스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725억원.
② 그런데 기업금융은요? : 뱅, 태생적으로 기업 금융에 취약하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이들이 대기업 대상 신용공여를 할 수 없게(6조) 막았다. 중소기업은 가능한데 오프라인 지점이 없으니, 잘 할지 미지수. 계좌개설은 비대면으로 하더라도, 복잡한 서류와 기업실사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할지 의구심이 크다. 카뱅의 기업금융 매출이 현재 0원인 이유.
③ 라이센스 사업의 한계? : 은행은 인가사업. ‘관치금융’이란 말,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당시 ‘중금리 대출’을 거듭 강조했다. 따르지 않으면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토뱅도 마찬가지. 기존 상업은행은 리스크가 크고 수익 확신이 어려워 참여를 꺼리는 중금리 대출, 뱅은 해야 한다.
요즘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ㅤ
구독신청 → https://url.kr/fact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