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우리 대표팀은 러시아팀을 완파하고 올림픽 9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 차례도 빠짐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특혜 없는 선발 경쟁…17, 40세 한팀
불공정 한국 사회와 정치가 배워야
무엇보다 주목하게 되는 점은 대표팀이 특혜 없는 공정 경쟁을 통해 나이도, 경력도 불문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출발, 과정, 결과를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2019년에 치른 대표팀 1차 선발부터 기존 대표를 포함해 모두에게 문호를 열었다. 기존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1, 2차 선발전 없이 3차 선발전과 평가전만으로 국가대표를 뽑던 관행과 특혜를 과감히 없앴다. 1인당 2500발을 쏴야 하는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 17세와 40세로 이뤄진 남자 대표 원팀에 대해 MZ 세대가 환호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3만 달러를 넘었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이달 초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격상했지만, 여전히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혼란스럽다. 조국 일가 비리 사태는 공정의 가치를 훼손해 청년의 공분을 일으켰다. 강원랜드와 금융권 채용 비리는 수많은 청년을 분노와 절망으로 내몰았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쳤다.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은 공정한 수사, 공정한 재판은 요원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 국민의 기본권은 더 침해받고 있다. 국가대표 양궁팀이 거둔 성과에 열광하는 국민을 보면서 그만큼 공정에 대한 갈망이 간절함을 재확인하게 된다. 올림픽이 열리는 지금, 동시에 진행되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을 지켜보면 과연 누가 공정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 대표팀 양궁은 가능한데, 여의도 정치는 공정의 가치 실현이 불가능한가.
기록적 폭염 와중에 제때 내리는 시원한 급시우(及時雨) 같은 양궁 금메달 소식을 접하면서 공정의 가치를 구현할 정치를 간절히 바란다. 기업들은 중국의 추격을 물리칠 초격차 아이디어를 양궁 대표팀의 노하우에서 얻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양궁 대표팀의 쾌거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