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유 말한 영상 안 뺐더니 정상회담 홈피서 빠져”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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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자유를 언급한 탈북민 인터뷰를 안 뺐더니 (2018년) 남북 정상회담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더라.”
 
염현철(34) 천안함전우회 영상감독은 2018년 국방부 직할 국방홍보원 근무 시절 겪은 일화를 이렇게 밝혔다. 그가 기획부터 연출·촬영·편집까지 도맡았던 ‘PLUG IN DMZ’란 13부작 미니 다큐멘터리와 관련해서다. 비무장지대(DMZ)라는 공간을 통해 전쟁과 분단의 아픔, 통일에 대한 염원을 그린 이 작품은 2018년 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관하는 ‘케이블 방송대상 대상’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등을 받았다. 염 감독에 따르면 당시 남북 정상회담 홈페이지에는 4편인 ‘고향의 봄’만 빠졌다. 그는 “한 젊은 탈북여성이 ‘북한에선 자유라는 말은 그저 단어에 지나지 않았다. 당신 가족이 그 땅에 있다면 어떤 심정이겠나’라고 말하는 장면을 위에서 빼라고 했는데 안 뺐다”며 “그랬더니 그 편만 남북 정상회담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염현철 천안함전우회 영상감독
3년 전 국방홍보원 DMZ 다큐 제작
“양민 학살 장면도 애국가 빼라 난리”

염현철 천안함전우회 영상감독은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가족을 위한 영상 을 찍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염 감독은 또 마지막 편인 ‘편지’의 경우 다른 편과는 달리 국방TV가 방영하고도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해당 편은 6·25 전쟁 당시 인민군이 양민을 학살했던 장소인 강원도 철원 수도국지(水道局地)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그는 “당시 희생자 중 다수가 반공 의식이 투철한 여성 기독교인인데 그런 느낌을 살리려 여성 현대 무용가를 주인공으로 하고 애국가를 배경음악으로 넣겠다고 했더니 난리가 났다”며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고 ‘위에서 싫어한다’며 계속 빼자고 했고 우여곡절 끝에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애국가를 겨우 넣을 수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뒤 국방홍보원 측은 2010년 입사 이후 8년간 고정급으로 일해온 염 감독에게 갑자기 프리랜서 계약직을 요구했고, 이를 수용하자 석 달만인 2019년 3월 근무 태도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이후 염 감독은 부당해고 진정 및 임금 체불 소송을 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년 10월 “부당해고가 맞다”며 염 감독의 손을 들어줬지만, 국방부와 국방홍보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년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염 감독은 3년째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가족을 위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너무나 훌륭한 군인들인데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