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꽃을 떠올리면 봄을 생각하지만 사실 사계절 내내 꽃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겨울엔 남부 지방의 동백꽃 등 일부만 피기 때문에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었다가 새봄에 추위를 이겨내고 꽃들이 피어나니 반가움에 봄과 꽃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여름에도 많은 꽃이 피어나죠. 그리고 여름에 피는 꽃들은 색깔도 화려한 게 많아요. 많은 꽃 중에서도 자기가 눈에 띄려면 아무래도 화려한 게 좋겠지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16 배롱나무, 백일홍나무
백일홍에 얽힌 전설
백일홍에는 전설이 있어요. 바닷가 어느 섬에서 괴물에게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는데요. 어느 해는 처녀 대신 한 용사가 괴물을 무찌르고 오겠다고 나섰습니다. 처녀는 그 용사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며 100일 동안 기다렸죠. 마침내 용사가 탄 배가 저 멀리 수평선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돛대에 달았던 흰 깃발이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무사히 성공할 경우 흰 깃발 그대로 온다고 했는데 말이죠. 붉은 깃발을 본 처녀는 용사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맙니다. 이 처녀의 무덤에서 하나의 식물이 자라났는데, 바닷가에서 100일간 용사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그 모습처럼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 해서 백일홍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예요.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도 아마 동화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곤충이 오랜 시간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오늘 모든 꽃이 피었다가 내일 모든 꽃이 지면 하루 사이에 곤충들이 찾아와서 모든 꽃을 꽃가루받이해 주기는 어렵잖아요. 그러니 오랜 시간 조금씩 조금씩 꽃가루받이를 하려는 계획일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 꽃 무궁화도 같은 전략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새봄, 4월에 짧은 기간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은 불리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벚꽃은 짧은 기간에 화려하게 모두 피어서 주변에 있는 곤충을 독차지하면서 역시 꽃가루받이가 될 확률을 높여요. 전혀 다른 방식의 전략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꽃가루받이가 잘되게 하려는 작전입니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해요. 저마다 다르게 생기고, 다른 일을 하며 살지만 우리가 이루려고 하는 것은 ‘행복한 삶’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모두가 같은 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만의 행복을 멋지게 추구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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