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붙을 루미니아 축구대표, 그가 포항 출신이 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4:54

수정 2021.07.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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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체와 인터뷰 중인 루마니아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 마르코 둘카. 포항에서 1999년 5월 11일 태어났다. [스포츠가제타 캡처]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루마니아 축구 대표팀에는 경북 포항 출신 선수가 있다. 오는 25일 오후 8시 한국-루마니아의 조별리그 격전을 앞둔 상황에서 이 선수와 한국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루마니아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 마르코 둘카(22)다. 그런데 이 선수, 독일의 축구 이적시장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르크에는 출생지가 태극기와 함께 포항(Pohang)으로 적혀 있다. 국적은 루마니아가 분명한데, 어떤 사연이 있을까.
 
비밀은 아버지인 크리스티안 둘카(49)에게 있다. 아버지 크리스티안 둘카는 국내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용병으로 1999년 한국에 왔다. 포항에서는 당시 70만 달러(약 8억원) 거금을 들여 그를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크리스티안 둘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루마니아 국가대표로 나와 조별리그 3차전 튀니지전에서 활약을 펼친 젊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둘카의 영입은 포항 스틸러스 역사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실패로 평가받는다. 최악의 '먹튀'(먹고 도망갔다는 은어) 선수를 꼽을 때 같은 루마니아 출신인 율리히아르히레 선수와 항상 듀오로 손꼽힌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한 시즌 동안 17경기에 나와 1골, 2도움을 기록한 크리스티안 둘카는 루마니아로 돌아가야 했다. 마르코 둘카의 생일이 1999년 5월 11일이니, 크리스티안 둘카가 막 한국 생활에 적응을 시작했을 무렵 포항에서 태어난 셈이다.

포항에서 태어난 루마니아 축구 대표팀의 마크로 둘카 선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르코는 아버지가 포항 스틸러스에서 활동하던 당시인 1999년 5월 11일 포항에서 태어났다. [트랜스퍼마르크 캡처]

 
마르코 둘카는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스포츠 가제타(Gazeta Sporturilor)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아버지가 포항에서 뛰는 동안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한국과 경기를 치르게 된다.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마르코 둘카는 "새로운 느낌이다"라며 "물론 나는 100% 루마니아인이지만, 곧 내가 출생한 곳인 한국을 상대한다니 이상한 기분"이라고 했다.
 
특히 마르코 둘카는 같은 조인 한국을 "그룹에서 가장 어려운 라이벌"이라고 평가했다.
 
마르코 둘카의 아버지 크리스티안 둘카는 2003년 은퇴한 뒤 지금은 루마니아 여자축구 대표팀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르코 둘카는 루마니아 1부리그 FC친디아에서 선수로 생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