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이 7월 10일이에요. 케이크를 사와서 생일파티를 하려 했는데, 하필 그날 병원에 가게됐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죠. 당해보니 교차접종은 생체실험밖에 안됩니다, 이게 마루타아닙니까."
경남 함안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40대 후반 여성의 남편 안모(49)씨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그는 이틀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내가 사경을 헤맨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올렸고, 현재 1만여명이 동의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안씨의 부인은 지난 4월 20일 1차 접종으로 AZ백신을, 12주가량 지난 5일 2차 접종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그 뒤 구토와 설사를 비롯해 흉부압박·몸살 증세 등이 나타났다.
접종 뒤 2~3일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라 안정되길 기다렸지만, 몸 상태는 더 안 좋아졌다. 결국 2차 접종 5일째인 지난 10일 지역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고, 하루 뒤 상태가 더 악화해 창원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기초조사 전화 10분이 끝…질문은 1339에 하라더라"
방역당국이 백신 부작용과 인과성을 조사 중이지만, 큰 진척이 없다. 사무적인 응대 태도를 보이는 것에도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입원 뒤 함안군보건소에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신고했는데, 하루 이틀은 '군수에게 보고한다'고 전화하더니 더는 확인도 없다"며 "조사 진행 상황을 묻자, 보건소 담당자가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기다리시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빠르면 한 달 반, 최대 석 달까지 걸린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원한 대학병원 관할) 창원보건소에서 기초조사를 한다고 전화가 왔는데 10여분 통화한 게 끝이다. 이 내용으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추진단 피해조사반이 인과성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며 "지난달 아내가 받았던 신체검사 자료를 참고자료로 내는 방법을 물어도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질병청이랑 통화해보라며 대표전화 1339를 알려줬는데, 몇 번을 전화해도 통화연결 자체가 잘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18일 안씨의 부인은 양로원 입사를 위해 함안군보건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당시 보건소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냈다고 한다.
"정부 믿고 맞으라더니…책임 안 지려는 것처럼 보여"
그러면서 "정부가 '믿고 접종하라, 부작용이 생기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정부와 보건소의 대응 태도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분노했다.
이어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렸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백신 접종 뒤 피해를 봤으면 인과성이 있든 없든 보상을 먼저 해줘야 한다"며 "만일 사망하면 부검까지 한다는데, 정부가 '인과성 없다'고 판정하면 사람 두 번 죽이는 게 아니냐. 질병청의 인과성 판단 결과가 나와도 이의제기 기회는 30일 내 단 한 번뿐이라고 한다. 우리같이 의학지식 없는 사람들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활고도 걱정…일단 최소경비라도 줬으면"
이어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이 나올지 모르는 병원비도, 환자 측이 먼저 다 납부해야 하고 정부는 차후 백신과의 인과성이 밝혀져야만 정산해준다고 한다"며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또 "차라리 전국민 재난지원금보다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이 믿고 접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심장이식만이 희망…"중2 아들 내색하지 않아 더 마음 아파"
안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병실에도 들어가기가 어렵다. 방호복 입고 들어가 1~2분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연령이 되지 않았는데, 미접종자의 경우 병원 출입을 위해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안씨 또한 3일에 한 번꼴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심장 이식 수술을 권하고 있다. 2주 내 수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져 위급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현재 이식받을 심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내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때까지 잘 버텨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안씨는 "아내가 사용했던 물건만 봐도 눈물이 나서 안방도 못 들어간다"며 "두 아들 중 맨날 엄마만 찾던 중학교 2학년생 막내아들이 상황을 알고 내색도 하지 않는 게 더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함안군보건소와 경남도청 복지보건국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각각 "아는 게 없다"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