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브루나이 보건부와 주브루나이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 나라는 지난해 5월 6일 지역사회 감염자가 확인된 뒤 444일째 지역감염자가 없다. 총 인구는 44만여명인데, 마지막 지역감염자까지 누적확진자는 141명에 불과하다. 지역 내 감염률이 0.032%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 뒤로 확인된 확진자 170여명은 모두 해외입국자다. 이 나라의 누적확진자 수는 총 310명대로, 누적사망자 수도 3명에 불과하다.
브루나이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선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윌리엄 케이스 노팅엄대 말레이시아캠퍼스 교수팀은 '동아시아포럼' 학술지에 '브루나이의 코로나19 성공스토리 이면'이란 제목의 연구분석을 실었다. 이를 바탕으로 네 가지 방역 성공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① '중국의 분노를 무릅쓴' 발 빠른 입국 금지
그럼에도 지난해 3월 9일 말레이시아 방문자 중 첫 확진자가 나오고, 보름 만에 100여명까지 확산하자 방역의 고삐를 죄기 시작한다. 내국인의 통상적 해외여행을 금지시키고, 외국인에겐 사전 승인을 받아야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발 감염자 입국이 잇따르자 브루나이 총리실은 지난 19일 "사전 승인을 받았더라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② 이슬람 '국교'인데, 사원 폐쇄…"집에서 기도하라"
③ 발빠른 방역수칙 적용…병상 3주만에 2배 늘려
또 1500만 브루나이달러(약 127억원)를 특별예산으로 편성해 '코로나19 구호 기금'을 만들고, 4단계에 거친 코로나19 극복계획을 수립했다. 확진자가 많아질 경우 격리병상이 많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금 중 1100만 브루나이달러(약 93억원)는 격리병동 확장에 사용했다. 그 덕분에 3주 만에 이 나라의 병상 수용 능력이 2배로 높아졌다.
④ 강력한 리더십…국민들도 존중하고 협조
사회지도층부터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국민들도 정부의 방역지침을 존중하고 협조했다. 방역지침을 어기는 사람은 엄벌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벌금형과 징역형에 처하기도 했다.
브루나이는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싱가포르와 대비
물론 브루나이는 이슬람 절대 왕정 국가로 술탄의 리더십이 절대적이고, 국토면적도 57만7000여㏊로 남한 면적(1003만6000여㏊)의 17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조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 방역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던 싱가포르가 최근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언한 뒤 집단감염이 속출하며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다른 동남아 국가의 위기와 비교해도 브루나이의 성공이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남은 변수도 있다. 브루나이의 코로나19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전체인구의 24%가량인 11만여명이 1차 접종을 마쳤지만,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은 4.4%인 2만여명에 불과한 상황이다.